미움 원한 해소 않으면 언젠가 화 자초
번뇌 떨치고 믿음으로 원력 세워보라

화사한 봄빛이 찬란한 꽃을 피우고 새잎을 수런수런 피워내는 아름다운 계절이 우리 곁에 왔다. 비록 이런저런 이야기나 수다를 떨지 않더라도 봄의 채색이나 빛깔을 마주하다 보면 대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된다. 정말 신기하고 신비스럽다. 우리는 가끔 말없이 위대한 스승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진부한 삶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환희심을 절로 느낀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고려말 선승이었던 나옹선사가 지었던 선시가 문득 떠올라 봄의 향연을 잠시 환희심으로 찬탄해 본다.

미움과 혐오의 감정은 당장 파멸을 갖고 오는 것은 아니지만 노여움이 겹치고 쌓여서 독을 품고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면 생과 사를 거듭하면서 그 씨를 옮겨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원한이 맺혀 원수가 되고 만다. 이렇게 은원(恩怨)의 사슬에 매이면 오랫동안 슬픔과 격정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되며 이러한 불행과 괴로움의 행위는 천지의 이법(理法)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반드시 화를 자초해 현세나 내세에서도 결국 고통 받게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참으로 이 세상은 사람으로부터 만물만상이 불타고 있다. 탐욕의 불, 노여움의 불, 어리석음의 불, 생로병사의 불, 걱정, 슬픔, 괴로움, 비탄, 고뇌에 찬 불이 여기저기서 타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범죄의 불까지 타고 있다. 이 번뇌의 불은 자신을 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괴롭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갖은 업을 짓도록 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옮겨 붙어 쉴 새 없이 타고 있다. 그리고 이들 불로 생긴 상처의 고름은 닿는 곳마다 독을 옮겨 결국 사람으로 하여금 악도(惡道)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세상이 온통 불타는 집이 되게 하는 데는 흔히 삼독심(三毒心)이라고 일컫는 탐(貪), 진(嗔), 치(癡)가 그 바탕이 된다. 이 탐진치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업을 일으키고 그 업 탓에 고통을 부르게 된다. 즉 번뇌의 업과 고의 세 바퀴는 돌고 돌아 다함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붓다(Buddha)는 번뇌의 업과 고의 끝없는 윤회에서 헤매는 중생을 가엾이 여겨 윤회에서 벗어나도록 청정한 계법(戒法)과 참회법(懺悔法)을 설했다.

“믿음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인색한 마음을 없애고 탐심과 오만함을 없애고 겸손과 공경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지혜는 빛나고 행실은 밝아져서 모든 곤경을 이겨내고 외양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강한 힘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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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말을 따라 그 믿음을 확고히 해야겠다는 원력(願力)을 세워보라. 그러면 반드시 삼계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되고 능히 보리(깨달음)의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물론 지혜의 거울(面鏡)을 얻게 되며 마침내 보배 있는 장소에 이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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