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학자·작가 올리버 색스
투병 생활 중 쓴 에세이 엮어
삶에 대한 무한애정 온기 가득

"고맙습니다."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가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에세이 네 편을 묶으며 건넨 말, <고맙습니다, Gratitude>(김명남 옮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는 내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었다>, <깨어남>을 비롯한 많은 책을 썼던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온 더 무브>를 마무리하던 중, 2005년 진단받았던 희귀병 안구 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되었음을 알게 됐다.

6개월쯤 남았으리라는 의사의 말에 그는 '나의 생애'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몇 달이라도 삶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를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며 친구들에게 '나의 생애'를 뉴욕타임스에 보내달라고 청했다.

영국의 뇌신경학자이자 대중적인 작가 올리버 색스는 지난 2015년 생을 마감했다.

<고맙습니다>에는 그렇게 '수은, 나의 생애, 나의 주기율표, 안식일' 등 4편의 에세이가 담겼다.

"여든이 다 되어 내과적 질병과 외과적 문제까지 잔뜩 껴안곤 있어도 거동을 못할 만한 불편은 하나도 없는 지금 나는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날씨가 완벽한 날에는 가끔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기뻐!'하는 말도 튀어나온다."(17쪽)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저자가 적어내려간 네 편의 에세이에는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럼에도 아쉬움, 어쩔 수 없이 엄습하는 두려움이 담겼다.

무엇보다 '세상과의 교제'에 감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여러 책을 통해 환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던 색슨. 죽음을 마주한 그가, 하지만 끝나지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온기로 가득하다.

여든 살을 기대했던 '수은', 원소에 평생 품었던 남다른 사랑을 고백한 '원소주기율표',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대해 깊은 사색을 담은 '나의 생애'로 이어지면 매사 불만투성이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생각이 멈춘다.

건강이 빠르게 나빠졌던 2015년 8월, 색스는 단어 하나하나를 몇 번이고 고치고 또 고쳐서 담은 '안식일'을 발표하고 2주 뒤에 눈을 감았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29쪽)

앙상한 잿빛 나무들이 봉오리를 틔우려는 안간힘이 전해지는 봄이다. 살아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고맙습니다.

64쪽, 알마,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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