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진보-보수 편한대로 분류
둘로 딱 자르지 말고 포용심 가져야

정보의 홍수 시대.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정보의 종류도 너무나 다양해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를 둘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참과 거짓, 좋은 것과 나쁜 것, 합법과 불법, 상식과 비상식, 보수와 진보 등이 예가 될 것이다. 사회뿐만이 아니라 과학에서도 이분법적인 분류가 사용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유기물과 무기물로 나누어진다. 유기물은 불에 타는 물질로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이고 무기물은 불에 타지 않는 물질로 생명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물질이다. 1800년대 초 스웨덴의 화학자 베르셀리우스가 화합물을 유기화합물과 무기화합물로 분류한 이후 지금까지 물질을 유기와 무기로 나누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

베르셀리우스 이후 과학자들은 유기물은 생명력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므로 화학적인 방법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물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생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이후 독일의 화학자인 뵐러가 무기물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하여 유기물인 요소(urea)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생명체만이 유기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학설이 깨어지게 된다. 지금은 분자의 구조로 유기물인지 무기물인지를 구분한다. 유기물은 '탄소 원자가 연결된 뼈대'가 있는 분자 구조를 가져야 한다.

탄소 대신 실리콘으로도 동일한 분자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실리콘 원자가 뼈대를 이루는 물질은 유기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생물은 실리콘이 뼈대인 물질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분자 구조에 의해서 구분하고 있지만 '유기물은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이라는 개념은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달이나 화성에 간 우주선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조사하는 방법은 그 별에 유기물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유기물이 있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유기물 무기물의 분류는 우리의 생활에도 알게 모르게 사용되고 있다. 유기농이라는 말은 무기물인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인 퇴비와 같은 것을 사용하는 농업을 의미한다. 요즘 TV나 모니터의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받는 OLED의 'O'는 organic 즉 '유기'를 뜻하는 말로 OLED는 유기물로 만든 LED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분류하는 기준이 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유기농과 OLED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생명체가 만든 물질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유기농은 '친환경 농사법으로 재배한 뭔가 좋은 농작물', OLED는 '새로운 기능의 첨단 신소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기준을 잘 모르면서도 그때그때의 편리성에 의해 무언가를 분류한다. 과일과 채소, 산성 식품과 알칼리성 식품,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 등.

분류는 정확한 기준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잘못된 기준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분류도 있고 목적에 따라 무리하게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목적에 맞는 분류를 하면서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

김석환.jpg

요즘 세상을 보면 과학만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우리는 정치적 성향을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와 우파로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호칭을 편가르기 하는데 사용하다 보니 진보는 '좌파 빨갱이', 보수는 '우파 수구 꼴통'이 되어버렸다. 보수를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로 나누기도 한다. 국가나 자연이나 다양성이 생명이다.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에 사로잡히지 말고 좀 더 포용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