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혈세 낭비 여론보단 '경제 파급효과'우선 고려 
시중은행·사채권자도 손실 분담…사업 재편 속도낼듯

대우조선해양 추가 자금 투입을 두고 비판 여론이 뜨거움에도 정부가 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판 여론에도 정부가 신규 자금 2조 9000억 원 투입을 결정한 것은 최대 59조 원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와 국책은행 부실을 먼저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 자금 지원 방식은 구체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무담보채권액 1조 6000억 원은 100% 출자 전환하고, 국내 시중은행 보유 무담보채권액 7000억 원 중 80%는 출자전환하며 20%는 5년 유예 뒤 5년 분할상환(금리 1%)한다.

회사채와 CP(기업어음) 1조 5000억 원은 50%는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50%는 3년 유예 뒤 3년 분할상환(금리 1%)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23일 금융위원회는 1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국책은행, 시중은행, 사채권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채무조정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그간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법적 경제력을 활용하는 사전회생계획제도(프리패키지드 플랜·P-Plan)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 회생 절차 중 패스트 트랙 방식인 이 제도가 적용되면 대우조선해양 신인도와 신용도 추락으로 선주로부터 수주 취소가 이어져 채권단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즉, 금융위의 'P-Plan 언급'이 시중은행과 채권단, 사채권자에게 정부와 산은·수은의 추가 자금 투입 방안을 따르라는 우회적인 요구로 읽히는 이유다.

실제 대우조선 수주 잔량은 114척으로 전 세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다. 워크아웃이나 'P-Plan' 포함 기업 회생 절차 신청 시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해 선주의 선수금 환급 요청(RG 콜)이 밀려들면 산은과 수은은 최대 10조 원 이상을 감당해야 한다. 시중은행도 일부 지급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 발언에는 이날 결정 이유가 잘 드러났다.

이 은행장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한결같이 얘기하면서 이번에 지원한 건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런 점에서 괴로움이 컸지만 현재 대우조선이 가동을 멈추면 59조 원의 국가적 손실이 난다"면서 "수주 잔량이 114척으로 여기에 투입된 자금만 32조 원이다. 2년 정도 지원해 굴러가게 하면 27조 원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 힘든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정부와 대주주인 산은은 추가 자금 지원과 함께 사업 재편을 서두르기로 했다.

대형 컨테이너선·LNG선 등 상선과 특수선(군함·잠수함 등)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해양플랜트는 기존 수주잔량 인도에만 집중해서 사업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이후 M&A(기업 인수합병)로 '주인 찾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4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1조 3500억 원에다 매달 운영자금이 6000억∼7000억 원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수주목표액의 15%밖에 수주하지 못하고, 소난골 발주 시추선 등 미인도 선박까지 생기면서 최근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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