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대선 속의 경남] (2) 정체된 기계산업과 창원 국가산단
산단 내 매출 65% 차지 2013년 -9.7% 성장 등
2009년부터 산업 '휘청'
ICT융합·기술력 강화 정체 진흥원 확대
IoT 활용 등 구조고도화·지원 앞당겨야

약 2년간 경남에서 중소기업들을 둘러본 경제 관련 유관기관장은 "이대로라면 창원·김해지역 중소기업 80% 이상은 10년 뒤 사라지거나 중국·동남아와 격차가 없는 단순 납품업체로 연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 제조업 혁신이 그만큼 더디다는 말이었다.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창원국가산업단지 중심인 기계산업도 추락 중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조선업은 수주 절벽에 처한 현재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설계·건조기술이 건재한 만큼 경기 회복 시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반면 중위 혹은 중고위 기술력을 지닌 국내 기계산업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12월 열린 '경남 기계산업 재도약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 /이시우 기자

◇창원국가산단과 기계산업 현황 = 1974년 중화학공업 중심 단지로 조성된 창원국가산단은 기계산업과 영광을 함께했다. 창원산단에는 터 2530만㎡에 2324개사(2016년 1월 산업단지공단 전수조사 기준)가 몰려 있다. 조선산업과 함께 경남을 이끄는 양대 산업인 기계산업이 집적돼 '창원국가산단의 질적 변화 = 경남 기계산업의 미래'이다.

산단 내 2015년 전수조사 기준 업종별 매출 비중은 기계 39.6%(공작기계, 담수·육상플랜트 등), 운송장비(건설기계·자동차부품·조선해양기자재 등) 25.5%, 전기전자 11.7%, 철강 19.3%로 공작·건설·플랜트 등 전통적인 기계산업과 자동차부품 포함 기계류 산업이 65.1%나 된다. 수출에서도 기계 45.1%, 운송장비 22.2% 등 기계류가 67.3%를 차지한다.

하지만, 산단 핵심 산업인 기계산업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2009년부터 성장세가 급감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기계산업 생산은 전국 평균 6.8% 성장했지만 창원은 -2.5%를 기록했다. 2000∼2008년 연평균 성장률 13.6%로 전국 평균(12.5%)을 웃돈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국내 기계산업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상태라서 창원 성장률 급감은 더 심각해 보인다. 경남으로 범위를 넓혀도 2013·2014년 전국 기계산업은 0.1%, 4.2%씩 성장했는데 경남 기계산업은 -9.7%, -1.2%로 역시 마이너스였다. 경남 제조업 내 비중도 확 줄었다. 2006년 생산액 기준 25.3%를 차지하던 기계산업이 2012년 17.9%, 2014년 15%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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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산업, 선진기술 진입 요원하고 중국 추격 거세고 = 기계산업 업종별로 공작기계는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 기술국을 중심으로 소재 업그레이드와 절삭 기술력 강화,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으로 다른 나라 제품과 차별화를 계속하고, 중국도 중급·중저급 분야를 중심으로 맹추격하고 있다.

주요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예로 들면 2013년 기준 일본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25.3%로 여전히 높지만 한국 업체는 16.9%로 줄었다. 불과 10년 전 5% 미만이던 중국 자국업체 시장 점유율은 44%나 되며 한국 업체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공작기계 초일류기업 간 합병 혹은 협업을 강화하고, 일본 굴착기 생산업체는 ICT업체와 협업해 작업 시간을 20∼41% 단축한 ICT 연계형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상이 위협적이다. 공작기계 양대업체 중 한 곳이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된 한국 상황과 판이하다.

◇전문가들이 본 문제점과 해법 =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경남도, 창원시 등은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창원국가산단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1개 세부 사업을 보면 장점도 많지만 하드웨어적인 사업이 많고 한정된 예산이다 보니 지속적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ICT진흥원 설립과 지능형 핵심 기계부품 엔지니어링, 사물인터넷(IoT) 활용 제조업 생산성 향상 등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은 추진이 더디다.

특히 기계산업 포함 기존 제조업과 IT·ICT를 융복합하는 컨트롤타워 격인 'ICT진흥원'의 역할 확대는 필수다. 경남도가 올해 초 경남TP ICT진흥센터를 경남TP 부설 정보산업진흥본부로 조직을 확대·격상했지만 자체 IT 생태계 조성과 융복합 컨트롤타워를 맡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IT 업계·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핵심 기계부품 엔지니어링은 경남도가 대선 공약으로 요청할 친환경 파워유닛 소재부품산업 육성 사업이 중심이어서 정부의 사업 채택 여부가 중요하다. 파워유닛은 인체의 심장·허파·신장 등 주요 장기처럼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항공기 엔진, 모터, 터빈)으로 긴 주기가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중소기업 매출 다변화와 업그레이드도 문제다. 산단 내 2% 남짓한 대기업이 2014년 말 기준 전체 고용인원의 46%, 생산액의 65%를 차지할 정도다. 산단 미래를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한 중소기업 자생력 향상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국내 방위산업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선진국 대비 71% 수준인 점을 고려해 창원에 방위산업진흥원을 설립해 고도화를 이루고, 소재산업 중요성을 고려해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를 독자 연구원으로 승격해 관련 산업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남도민일보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확정되면 이번 기획과 관련해 질문을 드릴 예정입니다. 아래는 대선에 반영돼야 할 기계산업·창원산단 과제를 요약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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