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우리 가곡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이 강의는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화요명작감상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생각보다 청강생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가곡에 대한 강좌가 흔하지 않은 것이 그 실정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독일가곡인 리트(Lied)나 그 외 다른 나라 가곡들처럼 우리 가곡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덜 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더 나아가 우리나라 성악가들, 그리고 음악가들에게 우리 가곡은 연구 가치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또 대학에서도 한국가곡에 대한 전문교육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연주회 프로그램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악가들의 연주 프로그램을 찬찬히 살펴보면 항상 연주의 중심에서 유명 오페라 아리아나 외국곡이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우리 가곡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부로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우리 가곡들로만 이루어진 연주회가 있지만 이러한 연주회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특별연주회다. 즉 특별히 한국가곡을 부르는 연주회인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우리나라 가곡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작곡가 이수인 씨의 가곡을 연주하는 음악회가 매년 경남오페라단 주최로 열리지만 프로그램상 이수인 선생의 가곡과 성악가들이 잘 부를 수 있는 외국곡들이 중심이 된다. 그러고 보면 몇해 전 우리 가곡만으로 독창회를 개최한 바리톤 김성중 씨 연주회는 음악을 하고 있는 후학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긴 음악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은 일찍이 마산지역에서 교편생활을 하신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이상근,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피난 와서 마산에 정착한 조두남 선생을 비롯해 여러 작곡가와 음악가의 활동 중심무대였으며 이들의 가곡은 오늘날에도 애창되고 있는 작품이 많다. 나아가 연구가치가 높은 작품도 많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 신동여, 김봉천, 황덕식 선생 등 널리 애창되고 있는 가곡을 작곡한 작곡가들이 있으며, 오늘날 경남작곡가협회에서 기획하는 발표회에서도 가곡을 발표하는 연주회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작곡계 외에도 한국 최초의 민간여성합창단인 마산시여성합창단이 있다. 이처럼 우리 지역은 전국에서도 합창과 가곡부문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 중 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근택 창원대 명예교수도 자신이 창원대에 부임하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창원과 마산지역의 창작계는 중앙과는 달리 기악곡을 위한 작품보다 가곡을 비롯한 성악작품과 합창을 위한 작품이 중심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지역에서 가곡이라는 장르는 음악가는 물론 일반 청중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게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가곡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나 연주회는 보기 드물다. 물론 작곡가 조두남 선생의 작품에 대한 연구는 부분적으로 있지만 그 이외의 연구는 전무하고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곡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없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개개인의 사료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구 마산지역은 물론 이제 창원에서도 '우리 가곡 부르기'라는 모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각보다 참가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임들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런 활성화가 연주회장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가곡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이야기 해줄 수 있는 학문적 연구도 뒤따라야할 것이다. 의식 있는 음악가들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전욱용(작곡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