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23일 정부의 추가자금 투입 여부 결정으로 판가름날 예정이다. 현재로선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자금 투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상황인 도산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대우조선과 같은 거대기업의 운명은 회계적인 적자와 이익으로 결정되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정치적인 판단과 결정에 달린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 조선업이라는 산업 전체의 운명은 시장에서 판가름나기보다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결정이 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거제라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 처지에서는 정부 결정이 향후 자신들의 생살여탈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권력행사가 가능한 유력한 정치인의 입장과 발언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다가오는 대선에서 대우조선의 운명 역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왜냐면, 대우조선 문제에서 현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결정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 21일이 되면 44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유동성 위기가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대우조선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15년 10월 4조 2000억 원 자금 투입을 한 이후 줄곧 추가 자금 지원은 없고, 사업재편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견해를 펴왔다. 또한 당시 정부는 대우조선이 연간 최소 110억 달러 수준의 수주를 따와야 한다는 전제에서 이런 정책을 결정했지만 조선업은 수주절벽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와 반대로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국가경제에서 57조 원의 손실이 생기지만 향후 1년만 버티면 23조 원이 회수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대우조선의 도산이냐 아니냐를 지금 결정하기보다 시간 버티기라도 하는 게 옳을 수가 있어 보인다. 즉, 현재 정부가 대우조선사태를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게 결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라 합리적인 결정을 위한 과정일 수가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올해 들어 인구감소가 분명하게 확인되는 거제지역의 불안감을 지금 당장 해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정책의 결정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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