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신이 대선 본선에 나갈 때 그 직후에 공직을 사퇴하면 보궐선거가 없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은 그가 법의 맹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 사유, 공직자 사퇴, 동시 보궐선거 시행 규정 등에서 애매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대통령 선거가 벌어지는 연도에는 대선 전 30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를 대선 선거일에 동일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러니 사퇴 시기를 최대한 늦춰 선거일 전 30일을 넘긴다면 보궐선거가 없다는 것이 홍 지사의 해석이다. 그러나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을 근거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정치적 행보를 강행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만약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홍 지사는 이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보궐선거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쟁은 지금 일으킬 때가 아니다. 보궐선거가 있든 없든 340만 도민의 도정이 걸린 일을 걸고 자신의 해석이 맞다고 강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홍 지사 주장대로 보궐선거가 발생하지 않을 때 문제는 더 커진다. 홍 지사가 소속 정당 대선 경선을 통과해 직후 사퇴한다면 다음 선거까지 1년 3개월 이상이라는 유례없이 긴 권한대행 체제가 일어난다. 1년 넘는 기간을 임시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이며, 이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이는 홍 지사가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에 대선에 출마한 데서도 보인 무책임성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 홍 지사가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꾼'이라고 폄훼하거나 "헛꿈 꾸지 마라"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채무 제로'나 예산 절감을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해온 홍 지사로서는 보궐선거를 없앰으로써 세금 낭비를 막았다는 평판이 절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가 있든 없든 그 때문에 도정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도민이 더는 혼란스럽지 않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경남도선관위가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주기 바란다. 홍 지사의 대선 본선행 가능성이 보이는 현재 더욱 급한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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