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파면 선고를 한 그때 창원종합버스터미널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나는 한가로이 그 의미를 반추하고 있을 수 없었다. 시민 반응을 취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저기서 "안녕하세요. ○○○ 기자 ○○○입니다. 짧게라도 좋으니 한 말씀만 해주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나 역시 재빨리 인터뷰를 요청할 만한 시민을 찾았다. 그때 굳은 표정으로 TV를 응시하던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한마디만 해달라고 하니 그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부탁했다. "너무 좋네요"라고 짧게 말한 뒤 그가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렸다. 그에게 질문을 더 하려는데 갑자기 목구멍 깊숙한 곳이 뜨거워지더니 말이 안 나왔다. 순식간에 눈앞이 흐려졌다. 나도 울음이 터진 거였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다 말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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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일어난 일들이 머리를 스쳤다. 촛불이 뜨겁게 타오른 지난 겨울 말이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경남시국대회, 지역 인디 가수인 없는 살림에, 노순천, 김태춘 씨가 공연했던 마산 촛불집회, 첫눈이 내리던 날 열린 거창 촛불집회. 그리고 진해 촛불집회. 그날은 유독 추웠다. 하늘에선 눈과 비가 섞여 내렸다. 한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우산을 쓰지도 않고. 무대 아래 다른 참가자들도 우산을 안 쓰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두 추위나 궂은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뜨겁게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갔다. 그리고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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