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씁쓸하지만 내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전시. 최근에 예고 기사도 쓰고, 리뷰 기사도 썼던 '홈리스의 도시'전이다.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아직도 전시 중이다. 전시는 영상과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회화나 조각 등의 작품이 작가의 상상이나 사고를 새롭게 구성해내는 형태라면, 이번 전시의 영상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없는 사실이나 있을 법한 사실이 아니라, 실존하는 사실을 영상에 담아냈다. 전시 기획자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작가가 늘고 있지만, 이를 담아내는 전시는 드문 편이어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사회 문제는 작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지금까지 많은 전시를 취재했지만, 직접적으로 사회 문제를 주제로 드러내는 전시는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일까. 전시 기획자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역 등에 노숙자가 잠을 자는 것을 막고자 '불편한 벤치'가 놓여있지만, 안타까운 현실에 익숙해진 지 오래됐다. 독일·영국 작가의 영상 작품에서 벤치에도, 화려한 상점가 앞에도 쇠 스파이크로 노숙인들이 쉴 수 없게 만들어놓은 현실은 영상을 찍은 그 나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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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한 작가가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꾸민 '97명의 가정부' 작품은 한쪽 귀퉁이에 있는 작품이지만, 울림이 컸다. 사진 속 주인공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이들 곁에는 이들을 도와주는 노동자들의 팔, 다리 등만 함께 찍혀 있다. 그들의 얼굴은 온전히 함께 나오지 않았다. 아픈 현실의 속살을 보여주며, 더 예민하게 더 섬세하게 사회를 들여다보고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전시는 '각성'의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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