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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차량에 짓밟힌 40대 가장의 꿈

가족 위해 좌절 않던 40대 학비 벌고자 대리운전 일도…만취 20대 운전자 때문에 삶 마감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2017년 03월 21일 화요일

사업에 실패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기를 꿈꾸며,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했던 40대 남성이 한 음주운전자가 저지른 무모하고 무책임한 짓에 삶을 마감해야 했다.

대학 1학년, 고등학교 3학년 1남 1녀를 둔 ㄱ(47) 씨는 자식들 학비를 마련하고자 19일 밤에도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었다. 이날 밤 12시 49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두척동 두척교 인근에서 합류차를 기다리고 있던 ㄱ 씨를 흰색 중형 승용차가 갑자기 덮쳤다. 차에 받힌 ㄱ 씨는 44m를 튕겨 날아갔다.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그의 의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20일 만난 ㄱ 씨 친구 ㄴ 씨는 "정말 고생을 많이한 친구다.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계속 구직 활동을 하면서도, 큰애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니 학비를 벌려고 대리운전을 했다"고 전했다.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ㄱ 씨는 관련 업체를 운영하다가 지난 2000년 사업에 실패했다. 당시 삼성테크윈에 납품하는 등 잘나갈 때도 있었지만, 대구에 큰 업체가 생기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 그 와중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면서 아파트도 팔아야 했다. 이후 ㄱ 씨는 자녀 교육비와 가족 생활비를 벌고자 조선업·유통업 등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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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차량.

이날 ㄷ(29) 씨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지인을 데려다 준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하지만 얼마 후 양덕사거리에서 택시와 사이드미러가 부딪히는 접촉사고를 냈다. 택시 운전자 ㄹ(58) 씨는 ㄷ 씨에게서 술 냄새를 맡고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음주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웠는지 ㄷ 씨가 그대로 달아났다. ㄹ 씨는 택시로 ㄷ씨 뒤를 쫓았다.

양덕사거리에서 중리 방면으로 도주하던 ㄷ 씨는 합류차를 기다리고 있던 대리운전기사 ㄱ 씨를 들이받았다. ㄷ 씨 차 블랙박스 영상에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차를 보고 움찔 몸을 피하려는 ㄱ 씨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ㄱ 씨를 친 충격으로 ㄷ 씨 차 조수석 쪽 앞유리가 심하게 파손됐지만 1㎞를 더 달아나다가 뒤쫓아 온 ㄹ 씨에게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ㄷ 씨는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113%로 만취상태였다. 경찰은 ㄷ 씨를 사고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로 20일 구속했지만 ㄱ 씨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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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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