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출품작 중 4개 창작 초연
분단·정치 사회상 담은 작품
연극인 사이서도 기대감 모아

"창작 초연 작품." 제35회 경상남도연극제 14개 출품작에서 어떤 작품이 기대되느냐는 질문에 지역 연극인이 내놓은 대답이다.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은 극단이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창작 초연'은 처음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다. 줄거리만으로는 어림짐작하기가 어렵다. 올해 경남연극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네 작품을 솎아봤다. 각 극단에서 직접 줄거리를 비롯한 작품 구상 등을 들어봤다.

◇ 고도 <오케이 컷!> = 진해 극단 고도의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는 '아포리아(aporia)'다.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난관을 뜻한다.

과거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실향민 한민국과 지인 한대한이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일어나는 애락(哀樂)의 순간을 포착했다.

배경은 DMZ(비무장 지대) 내 사라진 마을이다. 연출가 유철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설정이다. 황해도 출신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고도 <오케이 컷!>.

이번 작품 공연 시간은 애초 2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으로 줄었다. 다소 난해한 작품이어서 지루할 법한 관객을 배려했다. 배경 설명 등은 대사로 처리했다.

유철은 작품에 현실과 영화적 상상을 오가는 몽타주 기법이나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극 첫 장면은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마지막 장면을 빌렸다.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감정 변화에 주목해도 좋겠다. 4월 2일 오후 7시 30분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대공연장.

◇ 현장 <길 위에서> = 진주 극단 현장은 이번 작품에서 '애민 정신'을 이야기한다. 귀에 익숙하지만 그 무게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단어. 극단 현장은 '애민'을 철학적으로 고찰했다.

작품은 연애소설 작가가 국회의원 자서전을 대필하면서 함양 상림을 조성한 역사 속 최치원을 만나는 이야기다.

최치원은 신라 말 함양(당시 천령) 태수를 지내면서 고을을 가로지르는 위천이 넘치는 것을 막고자 둑을 쌓고 이를 따라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가 퍼져 이뤄진 숲이 상림이다.

현장 <길 위에서>.

작가 상민에게 국회의원 최성택은 함양 상림을 조성한 최치원 업적을 자신의 정치신념과 연결해 자서전을 쓰자고 제안한다. 상민은 역사적 진실과 현실 가운데서 고민한다.

상민과 최치원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관람 포인트. 4월 6일 오후 7시 30분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대공연장.

◇ 창원예술극단 <소풍> = 작·연출 현태영 개인 소회가 담긴 작품.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요소를 작품에 녹였다.

은퇴 연출가 준호는 틈만 나면 소품과 소도구를 꺼내 과거를 회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술친구이자 과거 연극판 후배 구도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한 장면을 독백하는 것은 유일한 낙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아는 관객이라면 몰입이 쉽겠다.

창원예술극단 <소풍>.

어느 날 준호는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아내 둘자는 혈액성 치매 진단을 받는다. 작품은 죽음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통속극에 셰익스피어 독백이 어우러진 작품. 4월 7일 오후 7시 30분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소공연장.

◇ 미소 <황혼의 노래> = 폐지를 줍는 노인을 보면 사람들은 어떤 심상을 연상할까. 작·연출 장종도는 '미련하다' '구차하다'는 심상 이면을 주목했다.

'과연 이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폐지를 줍는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

폐지 수집을 하며 살아가는 옥련. 남편은 30년 전 두 집 살림을 차려 나갔다. 그랬던 남편이 갑자기 돌아온다. 옥련은 남편과 어쩔 수 없이 이틀을 함께 보내야 한다.

미소 <황혼의 노래>.

작품은 가족·사회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인내와 배려라는 고귀함이 있었기에 지금 가족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해석을 담았다.

그간 극단 미소가 보여준 작품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무거운 소재를 담담하게 풀어낸 연출에 시선을 맞추면 좋겠다. 4월 8일 오후 4시 밀양청소년수련관.

모든 공연 1만 원, 학생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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