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고 출두 시 포토라인에도 설까. 거듭된 약속에도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론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전례를 놓고 볼 때 의구심이 남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현직 때는 불기소 특권과 국가원수로서 권위가 더해져 검찰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었으나 사인이 된 지금은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 상황이 반전된 터라 변호인단 역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냥 순순히 넘어가는 것이 아쉬웠던 탓인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아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 명분은 사라졌다. 일반 시민과 똑같은 신분이니 만일 또 피하면 강제 소환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번에야말로 출두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기된 열세 가지 혐의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만 비로소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고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최순실 국정농단의 단초를 풀어 나라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부정 일변도로 나가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면 본인 자신에게나 국민 모두에게 하나도 득이 될 게 없다. 오로지 있는 그대로 말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채워줘야 한다. 사실 재판정에 나와 증언하는 대통령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진실에 대한 국민적 목마름을 해갈시켜줄 어떤 묘약도 있을 수 없다.

6일간의 여유가 주어진 것은 그나마 긴장감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한층 마음을 추슬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금 정치적 논쟁으로 사실이 왜곡되지는 않겠지만 워낙 중대한 사안인 데다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추이에 따라 사태가 악화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게 걱정이다. 불상사를 막고 정치사회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뿐이다. 박 전 대통령이 떳떳하게 소환조사에 응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 그것이 국민 모두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임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