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SBS 특집 돋보여
탄핵정국 행보 다른 모녀 취재
화합 강조하는 마무리 아쉬워

하나의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원하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대립한 92일이었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등은 대부분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특별방송과 시사프로그램을 장시간 배치했다.

JTBC는 지난 10일 유시민 작가, 정두언 전 의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한 특집토론 <탄핵 이후 대한민국 어디로 갈까>를 방송했다.

KBS는 탄핵 다음날 밤 10시 30분부터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이란 제목의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MBC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가운데 '탄핵'을 다룬 프로그램이 없었다.

13일 방송 예정됐던 '탄핵'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지 않았다. 편성 담당 간부가 해당 프로그램을 돌연 편성 취소시켰기 때문이다. 해당 간부는 "방송 기획을 보고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구성원들은 '방송강령과 편성규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판결문을 읽는 모습. /오마이뉴스

SBS는 지난 11일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최순실 씨의 재산형성 의혹을 깊이 있게 파헤쳤으며, 12일 에서는 '사건번호 2016헌나1'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여러 프로그램 중 눈길을 끈 것은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사건번호 '사건번호 2016헌나1'을 제목으로 내세운 .

탄핵 이후 가정에서 거리에서 갈등하고 분열하는 국민 속내를 들여다봤다. 어머니가 박사모 집회에 나선 날, 마흔두 살 딸은 촛불을 들었다. 신민이기를 자처하는 박사모와 선출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탄핵을 주장하는 촛불집회 참가자 면면을 들여다봤다.

다큐멘터리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그중에서도 서문시장이었다.

서문시장에서 40여 년간 국숫집을 해온 74살 김숙연 할머니는 박근혜와 포옹했던 감촉조차 잊지 않을 정도로 박근혜를 사랑했다.

박근혜의 등을 다독이며 "대통령이 되면 들어가는 것도 중요한데 나오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던 할머니는 지금의 사태를 꺼내기만 해도 목이 멘다.

12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청와대에 들어갔던 어린 영애이자 아버지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은 불쌍한 공주. '왕이 잘못했다고 아랫사람이 내치는 법은 없다'부터 "봐주면 안 되겠나?"라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대국민담화를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라종임 씨네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외로워서 그랬겠지, 왕이 실수할 수도 있지'라는 어머니와 사람을 탓하는 게 아니라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자녀들의 대화는 만날 수 없는 평행선만 긋고 있다.

탄핵 인용 이후 딸은 엄마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이번 에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이 지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나은 가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 그 출발선에 우리가 함께 서 있음에 시간을 할애했으면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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