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국 책임은 위정자에게 있어
'주권재민' 인식하고 지혜를 찾아야

많은 것을 은유하고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이 시절에 빚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파면, 정치권 지각변동, 중국 사드 보복,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 대는 북한 김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 사건들은 지진,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자연재해와 함께하면서 이 시절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예견할 수 없는 상황 전개는 비상식적일 때 더욱 만연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읊지 않아도 '주권재민'은 오래전부터 민주주의 교과서다.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주권재민'을 되찾는 고단한 과정을 겪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은 되레 국민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는 이 같은 비민주적 구조 연출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자는 '계급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이 잘못(투표)했다.' 이렇게 반문해도 국민은 할 말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이 투표를 잘못했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 건 나의 소심한 푸념일까? '투표한 내 손을 자르고 싶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있지만 잘못된 정국 책임이 국민에게만 있을까? 이는 국민보다는 위정자 그리고 정치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시정잡배보다 못한 정치인이 득실대는 정치계는 정치인 스스로 고쳐야 한다. 그들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정치권은 자질 부족인 인물을 영입하거나 당과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고려해 자격 미달 인물들과 영합을 하는 비상식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의 정치권 유입사태로 비상식은 또 다른 비상식을 낳는 비상식적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령 파면 이후 앞으로 있을 대선을 위해 각 정치집단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군웅할거(群雄割據)'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는 사람이 한다고는 하나 적어도 애민심, 봉사심 등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을 갖춰야 할 것이다. '정당(政黨)'이라는 한자에는 검은 속을 가진 사람이 모여 있는 정치집단이라는 해학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던지는 금과옥조 같은 한마디는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의 의견을 조정해 사회를 유지, 보존시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인에 대해 국민이 아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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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혜'가 있는 상식적인 사람을 내세우고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지혜를 찾고 몸소 겪고 그로써 힘을 얻으며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지만 전달하거나 가르칠 수 없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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