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를 타고 미래로 건너가야 하는 형국
자리 좁혀 앉는 양보·배려로 헤쳐나가야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로 결정되었다. 말 지어내기 잘하는 언론 표현대로 '장미 대선'이 될 모양이다. 장미는 꽃말이 애정, 행복한 사랑 등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성에게 주는 최고의 꽃이다. 대선이 장미꽃 꽃말처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행복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있어서인지 장미 대선이 될 조짐은 좀 멀리 있는 것 같다. 탄핵 정국으로 편이 갈라진 국민은 서로를 향한 증오를 풀지 못하고 있고 소위 대선주자들은 그 증오를 발판으로 대권을 잡아보려는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서슬 퍼런 말의 칼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장미의 정열과 사랑은 고사하고 장미 가시에 찔려 피를 보기 십상이다. 박근혜 정권이 그냥 몰락한 것이 아니다. 승리에 취해 자기 독단에 빠졌고 시대를 뒤로 돌리려다 승자의 독배를 마신 것이다.

그런 역사는 5년 단임의 거의 전 과정에 걸쳐 나타났었다. 차기 정부라고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금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되어 간다면 또다시 승자의 독배를 들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국민은 탄핵 정국에서 엄연히 한 나라인 대한민국에 대해 서로 다른 나라를 말하고 있다. 나라라는 말의 어원은 나루에서 나왔다. 국민 모두가 미래라는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가에 모였는데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선별적으로 태울 국민만 가려 태우려는 것은 아닌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

나룻배는 국민 모두를 태우기에 충분한데 가려서 태우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돌팔매질을 하기 마련이다. 그걸 감내하면서 어떻게 미래로 가겠다는 것인지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우리 시대의 적폐는 어느 진영에만 쌓인 것이 아니다. 기득권적 논리는 태극기 세력에 많지만 촛불 안에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본다. 태극기 세력은 낡고 진부하며 촛불 세력은 젊고 진보적이라는 세간의 편 가르기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적폐는 청산해야 하지만 증오와 편을 가르다 보면 진작 해야 할 적폐 청산에는 가 보지도 못할 수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 양상이 그런 상황이고 이러다가는 국민 모두를 한배에 태울 수 있는 적폐 청산에는 가 보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대선 주자라면 적어도 국민을 한배에 태울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권에 가장 가까이 가 있다는 후보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비로소 먼 데를 보고서도 스스로 된 양 다른 쪽을 윽박지르고 있고 누군가는 통합과 선명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덜 익은 풋냄새가 난다.

또 어떤 이는 시체에 칼을 꽂지 말아야 한다는 섬뜩한 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았다. 그런가 하면 이미 죽은 자를 꺼내어 자기 명분으로 삼는 자도 있었다. 이래서는 국민을 더 돌아올 수 없는 낭떠러지로 밀고 가는 것과 진배없으며 그들을 믿고 장미 대선을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순수 소설가.jpg

대한민국은 한배를 타고 다음 미래로 건너가야 하며 그 책무는 국민 모두에게 있다. 중국이라는 괴물과 북한이라는 망나니, 철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일본과 제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미국이 강 속에 도사리고 있다. 달래고 얼러서 건너야 하는데 심청이를 만들어 인당수에 빠뜨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너무 설치고 있다.

나룻배를 잘 건너려면 서로 자리를 좁혀 앉을 줄 아는 양보를 보여야 하고 언성 높이는 일도 없어야 한다. 시류가 참 아쉽다. 공자가 시경을 간추리면서 여항에 좋은 노래 없음을 한탄한 뜻을 오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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