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330척 등 4만척 참여, 전국서 대규모 해상시위
바닷모래 채취기간 연장 반대

"그곳은 물고기가 사는 바다가 아닙니다."

정부가 또다시 모래 채취를 허가한 욕지도 남쪽 50㎞ 지점 EEZ(배타적 경제 수역)까지는 어선으로 2시간 이상 걸린다. 이 지점에서 약 70㎞ 지점에 대마도가 있다.

15일 오전 11시께부터 이 해역 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통영과 부산 등 근해통발, 선망, 저인망어선 150척 정도가 통영시 욕지면 국도와 좌사리도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 해상시위를 펼쳤다. 또 전국적으로 관련 시위가 일어났다.

해상 시위대는 이날 모래 채취 현장인 EEZ까지 가려 했으나 현재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점, 기상 상황 등으로 국도 인근에 집결했다.

왼쪽 사진부터 15일 창원시 진해구 속천항 진해수협 앞에서 바닷모래 채취 규탄집회를 하는 진해구 어민들, 통영시 욕지면 국도 인근에서 해상 시위를 하는 통영 어민들. /김구연 허동정 기자 sajin@idomin.com

해상 시위 압권은 낮 12시께였다. 국도 인근 10㎞ 정도에서 시위하던 어선이 일제히 집어등을 켰기 때문이다. 1시께는 동시에 뱃고동을 울리며 해상 돌진 시위를 하기도 했다.

시위에 나선 어민들은 모래 채취로 이 해역 해저는 엄청난 지형변화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소나(음파탐지기)나 어군탐지기를 통해 해저를 들여다보면 가시처럼 튀어오르거나 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평해야 할 해저가 많게는 20m 정도까지 높낮이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해상 시위에 참가한 김문갑 선장은 "소나로 해저를 보면 얼마나 모래를 퍼올렸는지 바닥이 삐죽삐죽하다. 우리는 장어통발이지만 많이 잡히던 고등어도 안 잡힌다고 들었다.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1~2㎞에 이르는 거대 웅덩이가 곳곳에 생기면서 무생물의 행성처럼 변했다는 것은 국립수산과학원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왼쪽 사진부터 15일 창원시 진해구 속천항 진해수협 앞에서 바닷모래 채취 규탄집회를 하는 진해구 어민들, 통영시 욕지면 국도 인근에서 해상 시위를 하는 통영 어민들. /김구연 허동정 기자 sajin@idomin.com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이달부터 또다시 이곳에 650만㎥ 모래 채취를 허가했다. 남해 EEZ 모래 채취는 부산신항만 건설로 시작됐다. 2000년 초부터 10여 년간 모두 1억 2000만여㎥ 모래를 퍼냈다. 15t 덤프트럭 1200만 대 정도 분량이다.

해당 해역은 멸치·고등어를 비롯한 주요 수산생물 회유 경로이자 산란장으로 꼽히지만 모래 채취로 바다 생태계는 크게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어민들은 기후 변화 등 영향도 있지만 국민 생선 고등어가 모래 채취 현장 인근에서는 잡히지 않고 일본 EEZ(101,102해구 등)에서 주로 포획되는 것은 모래 채취로 말미암아 고등어 회유 경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해상뿐 아니라 통영 강구안 등 전국 해상과 육지에서도 열렸다. 통영 집회에는 시민 500여 명이 참가했다. 전국 4만여 어선이 대형 현수막을 걸었고, 서해 EEZ에서 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전북 군산 등에서도 해상 시위가 열렸다.


경남권에서는 창원 마산 등지에서 해상 시위를 했다. 이날 오후 1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항에서는 어업인 120여 명·선박 60여 척, 진동면 광암항에서는 70명·30척, 진해구 덕산동 진해항에서는 100여 명·50척, 용원동 청안항에서는 50명·40척이 참여해 규탄서를 낭독하고 선박에 '바닷모래 채취 반대' 현수막을 설치하며 구호를 외쳤다.

수협은 이날 시위에 대해 "전국 3000여 어선이 바다로 나가 해상시위를 했다. 전국 연안과 항·포구 곳곳에서 91개 수협 소속 조합원 15만 명이 참가한 사상 최초이자 역대 최대규모 어민 분노"라고 강조했다.

이날 해상시위 현장에 나온 최인호(더불어민주당·부산사하갑) 의원은 "모래 채취 업무를 국토부가 아닌 해수부로 이관하자는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EEZ 모래 채취를 건설 골재 안정적 공급 등에 두고 있다. 또 값싼 바닷모래라는 점과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달리는 점 등도 모래 채취 연장 이유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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