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언론 인터뷰서 덴마크 망명 가능성 처음으로 언급

덴마크에 구금된 가운데 한국으로의 강제송환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변호사가 정 씨의 덴마크 망명신청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해 그 의도와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덴마크에서 정 씨 변호를 맡은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덴마크) 모든 법원에서 정씨가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결정하면 (그다음은) 정치적 망명"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검찰이 오는 22일까지 정 씨의 한국 송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정 씨 변호인이 정 씨의 망명 가능성을 불쑥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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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구치소에 73일째 구금된 정유라씨. / 연합뉴스

정 씨는 지난 1월 1일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돼 이날(14일)까지 73일째 현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정 씨 변호인이 정 씨의 망명 가능성을 이 시점에 언급한 것은 오는 22일까지 덴마크 검찰이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변호인으로서 정 씨의 한국 송환을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임을 시사하며 정 씨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정 씨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덴마크 법원이 정 씨를 4주 더 구금하도록 결정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덴마크 검찰이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면 이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송환거부 소송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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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라 변호 맡은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 / 연합뉴스

덴마크 법체계에 따르면 정 씨는 한국 송환이 결정되면 이론상으로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세 차례 송환거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에 상고하려면 사전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이를 통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정 씨의 강제송환 거부 투쟁은 고등법원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또 정 씨 변호인의 이 같은 망명 시사 발언은 정씨가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송환거부 소송에 나서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됐다.

정씨가 소송에서도 패배해 한국 송환이 불가피해졌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플랜B'로 정 씨 변호인이 정 씨의 덴마크 망명신청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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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 연합뉴스

정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됐을 직후에도 정 씨의 망명신청 가능성이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덴마크 검찰에서 정 씨 송환 여부 결정을 맡은 모하마드 아산 차장검사는 지난 1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 씨가 덴마크에 망명을 신청했느냐'는 질문에 "억측일 뿐"이라고 말해 당시까지는 망명을 신청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정씨가 덴마크에 망명을 신청하더라도 덴마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정 씨의 정치적 망명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정씨가 '정치범'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정 씨는 그동안 반정부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이와 관련된 활동을 벌이다가 한국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 정 씨 망명이 허용되기 위해선 한국이 북한이나 시리아, 쿠바처럼 정치적 탄압을 일삼는 국가이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정 씨 변호인은 지난 1월 30일 정 씨 구금재연장 심리 때도 정 씨에게 여러 범죄 혐의를 적용해 송환을 요구한 특검이 특정 정당의 추천으로 임명된 점을 내세워 정씨가 정치적 희생양임을 부각하며 추가 구금의 부당성을 역설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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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된 정유라씨. / 연합뉴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정 씨 변호인의 정 씨 망명신청 언급은 반드시 망명을 관철하겠다는 것보다는 다분히 정 씨의 송환을 지연시키려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단 정씨가 덴마크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면 망명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송환 시점을 상당 정도 늦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에이스급으로 알려진 정 씨 변호사가 고가의 수임료를 노리고 법리를 잘 모르는 정 씨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 씨로선 마냥 한국 강제송환을 늦추는 것이 과연 실익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특검은 정 씨에 대한 체포 영장 유효기간을 6년 6개월로 정해 오는 2023년 8월까지 정 씨를 체포하거나 송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다가 나중에 정씨가 한국에서 형사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된 기간은 형기에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이중으로 처벌을 받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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