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의 일부·커지면 호흡 불편
어린이 수면 장애·발육 저하
코골이 스트레스 식욕↑비만

아데노이드 비대증.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들어봄 직 하지만, 무엇인지 대부분 잘 모른다. 비염이나 부비동염으로 잘못 알고 제때 치료를 못하기도 한다.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어떤 질환인지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정태기(사진)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코 편도'라 부르기도

아데노이드는 편도의 일부다. 림프조직인 편도에는 인두편도, 이관편도, 구개편도, 설편도가 있고, 인두편도를 아데노이드라 한다.

입천장 뒤쪽의 높은 부분에 있으며, 코 편도라고도 한다.

정 원장은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2~3세 이하 소아에서는 감염균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기능을 담당한다고 여겨지지만, 3세, 체중 15㎏ 이상에서는 그 기능이 감소해 수술로 제거해도 질병에 대한 면역체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정태기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원장.

◇구강호흡·수면 장애 일으켜

아데노이드 비대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반복되는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 원장은 만성적으로 코가 막힌 아이 중 많은 경우에서 아데노이드 비대를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코는 정상이지만 비대해진 아데노이드로 인해 코 막힘과 만성적인 구강호흡,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증상, 코 킁킁거림, 코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호흡 장애는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 등의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집중력 저하와 행동 장애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만한 성인에서 수면 무호흡 등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이도 아데노이드 비대 원인으로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정 원장은 "소아는 잠을 깊이 자야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돼 발육이 좋아지지만, 편도와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있으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발육이 저하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반복적인 중이염이나 축농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만성적인 구강호흡으로 얼굴이나 치아 기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데노이드형 얼굴'로,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오래 지속될 경우 코가 넓어지고 위쪽 앞니가 튀어나오면서 항상 입을 벌리고 있는 특징적인 얼굴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 아데노이드 비대증을 의심할 수 있을까.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있으면 아이가 입을 벌리고 숨을 쉬거나, 코를 고는 경우가 많다. 또 코가 자주 막혀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정 원장은 "기침과 가래가 있어 병원에 갔더니 목으로 코가 넘어가는 후비루가 있어 부비동염(축농증)으로 의심, 항생제를 처방받아 한두 달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약을 먹일 때만 호전이 있다가 약을 중단하면 똑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며 "이런 아이의 코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서 아데노이드를 관찰하면 비대증을 볼 수 있고, 아데노이드에 걸려 있는 누런 콧물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이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 가래와 기침을 유발한다. 이런 아이의 부비동 X선 사진에서는 정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데노이드와 비만

정 원장은 아데노이드 비대가 어린이 중이염이나 비만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병 중 하나가 중이염이다. 아이는 귀와 코 뒤를 연결하는 환기통로인 이관이 덜 성숙해 성인에 비해 짧고 수평이라 콧물이나 염증액이 쉽게 귀로 가서 중이염을 일으킨다.

그런데 아데노이드 비대로 코 분비물이 정체되고 아데노이드에 누런 콧물이 걸려 있다가 이관을 통해 귀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이관 점막이 변성을 일으켜 자연 회복이 쉽지 않아 수술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아데노이드 비대는 비만과도 연관이 있다.

정 원장이 소개한 환자는 만 5세 남자 아이. 지난해 진료실을 찾은 이 아이는 한눈에 비만으로 보였다. 잦은 편도선염과 코골이, 구강호흡, 수면무호흡증 등이 3개월 전부터 심해졌는데, 그때부터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정 원장은 "검사 결과 아이의 아데노이드가 비대해져 코로 오는 숨길을 거의 다 막고 있었고, 내려가던 코가 아데노이드에 걸려 있었다. 우측 편도도 상당히 큰 편이고, 좌측 편도는 안으로 파묻혀 있었다"며 "아데노이드나 편도 비대로 수면 무호흡증이 생기거나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 스트레스는 신체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켜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결과적으로 비만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사춘기 전 편도·아데노이드 동시 제거

세균 감염에 의한 급성 편도염은 항생제 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반복적으로 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편도와 아데노이드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또 비대한 편도나 아데노이드로 호흡장애가 있는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울 때, 만성 부비동염이나 중이염이 지속되거나 반복될 때, 치아 부정교합이 생기거나 안면골 발달 장애가 생길 때, 코피나 코 킁킁거림이 심한 아이 중 아데노이드가 비대한 때 등의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사춘기 이전에는 대부분 편도선과 아데노이드를 동시에 제거한다. 어느 한쪽만 제거한 경우 보상적으로 다른 것이 커지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과거 수 십 년 동안 많은 편도와 아데노이드 수술이 행해졌지만, 지금까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확증적인 보고는 아직 없다"며 "아이들은 수술 전과 수술 후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수술 후에는 그렇게 자주 걸리던 감기도 잘 안 걸리고, 너무 조용히 잠을 자기 때문에 아이들이 숨을 쉬는 지 부모들이 확인해 보기까지 한다. 아데노이드로부터 자극이 덜해져 비염 중상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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