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혐오그림 안 보이게 해 인기

최근 흡연 위험성을 경고하는 혐오그림이 들어간 담배가 시판된 가운데 이를 옮겨 담는 담배케이스가 애연가들로부터 인기다.

한 인터넷 쇼핑몰 담배케이스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전해질 만큼 담배케이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담배케이스 판매량이 증가한 이유는 흡연자들이 혐오그림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케이스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2900원짜리 담배케이스부터 천연가죽으로 만든 10만 원짜리 핸드메이드 제품까지 가격대는 다양하다.

가죽과 플라스틱, 직물, 알루미늄을 사용한 제품부터 만화주인공과 단색으로 만든 담배케이스까지 디자인도 다채롭다.

창원 용호동에 있는 가죽공방 가영겔러리아에서 주문제작 중인 담배케이스. /박종완 기자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액세서리 소매점에서도 담배케이스 판매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 상남동의 한 소매점 관계자는 "담배케이스의 매출이 입고 초기보다 3배가량 늘었으며 소위 디자인이 잘 나온 제품은 입고 며칠 안에 매진된다"고 전했다.

담배케이스를 사러 소매점에 들른 하연수(27·창원시 의창구) 씨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보이는 담뱃갑의 혐오스러운 사진이 눈에 거슬려 케이스를 사게 됐다"며 "그림을 보는 것보다 수고스럽지만 옮겨 담아 피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 가로수길에 위치한 가죽공방 가영겔러리아(용호동 29-2번지)에도 담배케이스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영겔러리아는 가죽공예를 배우는 공방이지만 최근 담배케이스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박가영(34) 대표는 "담뱃갑에 혐오그림이 들어가면서 담배케이스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며 "주문제작을 받는데 주문이 많아 공장에 주문해서 대량생산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담배케이스 인기를 전했다.

담배케이스를 구입한 ㄱ(40·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구역질 나는 사진 보기 싫어서 담배 케이스를 사기는 했지만 정말 자괴감이 든다. 흡연가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 지금 분위기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담배케이스 등으로 인해 보건당국이 추진한 담뱃갑 혐오그림 도입이 금연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 씨는 "금연을 결심한 이들에게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기존 흡연자들이 단지 혐오그림 때문에 담배를 끊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나처럼 담배케이스를 사러 오는 것부터 금연효과가 있더라도 미미하다는 것 아니겠냐"며 금연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창원시 진해구 용원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박주현(57) 씨는 "담배판매량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요즘엔 그림이 덜 무섭게 나온 걸로 달라는 주문이 많아 골라 팔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편, 담배판매량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13일 2월 담배 판매량은 2억 4000만 갑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했고 전월보다 4000만 갑 줄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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