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 UP&DOWN] (1) 아동인권 현주소
1991년 UN협약 비준에도 학대받는 아이 되레 증가
전문가 "어른, 관심 키워야"

'아이는 맞으면서 큰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말을 아동이 가진 인권, 즉 아동 권리 측면에서 살펴보신 적 있으신지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아동옹호센터와 경남도민일보는 권리 주체자인 아동과 권리를 지켜줘야 할 어른,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길 바랍니다. 이 기획은 올해 말까지 총 10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지난 2015년 11월 엄수된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 영결식은 개최 직후 아동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한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아무런 방한 조치 없이 장시간 야외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동을 배제하고 어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제도와 정책, 환경 탓에 아동인권이 침해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동옹호센터가 재단 사업에 참여하는 아동 100여 명에게 권리 침해 사례를 묻자 '버스 손잡이가 너무 높이 달려 있다', '수학여행 장소를 선생님들끼리 정한다', '급식 숟가락이 너무 크다', '등굣길이 위험하고 더럽다' 등 답변이 나왔다. ▶관련기사 13면

우리나라는 1991년 11월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은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하며 충족된 환경에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자 필요한 것을 총망라했다. 이 협약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총 네 가지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대받는 아이는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아동이 학대로 숨졌다. 2014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사망한 아동 39명 가운데 21명이 폭행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9명은 친부모·계부 등이 고의로 살해했고 부모가 아동을 데리고 목숨을 끊으려다 아동만 죽은 경우도 5명이나 됐다.

경남은 비교적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만큼 아동학대도 적지 않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낸 '2016년 아동학대현황속보치'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경남에서 아동학대 1134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동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은 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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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옹호센터가 초등학생에게 불편사항을 물어본 설문지에 적힌 응답.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한국의 지역별 아동지표 심층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아동권리 인식 부문에서 경남은 10점 만점에 5.58점이었다. 이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비해 낮고 전국 평균 5.5점을 간신히 넘은 수치다.

아동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로 '아동 권리'에 대한 낮은 인식이 꼽힌다.

UN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은 정기적으로 협약 보고서를 작성해 UN아동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보내야 한다. 이때 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비준국에 권고사항을 보낸다.

위원회는 "당사국(대한민국)이 교과 과정에 인권 내용을 부분적으로 포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아동, 일반 대중, 그리고 아동관련 직업 종사자 사이에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사실을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학교 교육 과정에 아동 권리와 인권 교육을 확대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협약에 대한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화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여승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우리 사회는 아동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사회 인식이 강하다"며 "아동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 인식을 강화하려면 아이, 어른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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