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돌판에 조리해 먹는 내내 온기
상추·당귀·적근대 채소 다양
제철 음식 특별메뉴 내놓기도

번화한 빌딩 숲 사이에 숨겨진 것 같았다. 창원 정우상가 뒤편에 있다는 '진주식당'을 찾았다.

지하 계단을 밟으며 들어선 명동종합상가는 허름했지만, 나름의 독특한 기운이 있었다. 상가에 들어선 가게마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묻어있는 듯했다.

요즘은 보기 드문 몇십 년은 묵은 듯한 간판부터가 범상치 않다. 지역번호 다음 앞자리 전화번호가 세 자리가 아닌 두자릿수로 적힌 방앗간도 눈에 들어온다. 저마다 전통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게 중 추천을 받은 '진주식당'을 마침내 발견했다.

양념이 잘된 주물럭은 쌈 채소를 곁들이면 먹기에 좋다./우귀화 기자

여닫이가 아닌 옆으로 여는 미닫이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서자, 비좁은 가게가 한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4개에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앉는 좌식 테이블이 2개 있다. 손에 위생 비닐장갑을 낀 남성이 주문을 받는다. 식당 대표인 정영희(58) 씨의 남편이다. 정 씨는 진주식당 앞에서 20년간 채소 가게를 운영했고, 올해 초부터 식당을 이어받아 운영 중이라고 했다.

남편은 아침에 일찍 장을 봐주고, 바쁠 때 일을 거들어주고, 음식은 정 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년 이상 됐다는 이 식당은 한 명이 줄곧 운영한 것이 아니라, 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다고. 식당 앞에서 채소를 팔고, 진해농협 반찬 코너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정 씨가 지난해 식당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듣고 해보겠다고 나섰다. 가게에 빛바랜 물품과 메뉴는 오래전 그대로다. 대표 메뉴인 주물럭을 주문했다.

▲ '진주식당' 주물럭./우귀화 기자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 있어야 할 받침대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버너 위에 다시 올려두려고 하니, 그대로 두란다.

브로콜리, 김치, 샐러드, 파래무침 등의 반찬 예닐곱 가지가 차려지고 뜨거운 돌판 위에 음식이 나왔다. 받침대 위에 돌판이 바로 놓였다. 뜨거운 주물럭 고기와 쌈 채소가 곁들여졌다. 밥과 매콤한 시래깃국이 함께 나왔다.

정 씨는 "메뉴는 똑같고, 주물럭 등 음식 만드는 법도 이전에 있던 식당 운영자에게 전수받았다. 여기에다 채소 가게를 하고 있어서 제철 채소 등을 많이 추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쌈 채소는 싱싱하고 다양했다. 상추, 적근대, 뉴그린, 청겨자, 당귀, 미니 셀러리 등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내놓는다고 했다.

앞으로 봄나물이 더 많이 나오면 더 풍성하게 내놓고자 한다고 했다. "채소는 안 아낀다"는 게 그의 말이다. 매일 아침 '그날의 반찬'을 준비한다.


주물럭 맛은 돌판도 한몫했다. 일반 두루치기 등의 고기반찬과 달리 돌판에 나온 매운 주물럭은 온기가 오래갔다.

알고 보니 미리 전화를 해서 부탁 하면 메뉴에 없는 음식도 가능했다. 제철 음식을 먹고 싶은 손님이 특별히 주문할 수가 있다고. 방문한 날은 도다리쑥국을 주문받아서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정 씨는 "식당은 처음이지만, 음식과 관련한 경험이 많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주물럭(2인 이상) 7000원 △김치찌개 6000원 △된장찌개 6000원 △정식 6000원 △삼겹살 7000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원이대로 579번길 6(명동상가 지하 1층).

◇전화: 055-267-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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