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사저로 갔다. 마침내 온전한 자연인 박근혜가 되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농단의 당사자로서 국민이 요구하고 원하던 메시지는 없었다. 국민이 사분오열하고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었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마저도 망각한 자가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전무후무한 헌법사의 오점을 남기고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원인 중 하나가 불통이었다. 나라가 이 꼴이 되고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 속에서 사망자까지 나왔다. 최소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한다. 국가원수였던 자로서의 국가안위를 걱정하는 책무가 느껴지는 대국민 메시지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또다시 허무하게 무너졌다. "안고 가겠으며 진실은 밝혀진다"는 말에는 대통령이었던 자의 무게가 전혀 없다.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나라보다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내면을 드러낸 것에 다름 없다. 헌재 탄핵 인용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그게 지지자를 결집하고 차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한 말이라면 그것은 대한민국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불복은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와 정국은 이런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치닫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아직 축배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편을 나누어 지루한 세 대결을 펼칠 것이고 탄핵 인용 불복종도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소위 대선주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수단으로서도 유용하다. 국민이 꿈꾸는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어쩌면 고난의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혁명을 미완으로 멈추는 것은 모두가 패배자로 남는 것이다. 촛불은 다시 밝혀져야 하며 그 빛으로 새로운 나라의 화합을 이루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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