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이 우주섭리"라고 큰소리
'주군 모시기'연연…도민 의식해야

박근혜 씨가 집으로 돌아갔다. 3월 10일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청와대를 떠나지 않는 걸 보면서 '불복'을 예상했다. 인정하지 못하니 하루라도 더 버티고 싶었을 게다. 12일 오후 늦게서야 원래 있어야 할 집으로 향했다. '이제 정말 보내버리는구나' 하는 심정으로 오후 내내 TV 채널을 돌려가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 앞은 작은 태극기집회를 연상케 했다. 태극기를 들고 몰려든 지지자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진주 갑) 의원이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고 했던 김진태 의원과 나란히 마중 나온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호위무사'를 자처한 그들이 그 자리를 지킨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박 의원은 그동안 태극기집회에 꾸준히 참석해 탄핵 반대 발언을 이어왔다. 헌재 선고를 하루 앞둔 9일에도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숫자풀이' 연설을 했다. 박 의원은 "1은 국회 탄핵소추안 기권 숫자, 2·3·4는 야당과 배신한 사람들 탄핵 찬성 숫자, 5·6은 탄핵 반대 숫자, 7은 무효 숫자, 8은 탄핵안 발의 날짜, 9는 탄핵 반란이 이뤄진 날, 10은 헌재 선고 날짜, 11은 헌재 선고 시간, 12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하는 달"이라고 '12월 대선'을 강조하며 '우주의 섭리'라고 큰소리쳤다. 박 의원 예측은 틀렸다. 대선은 5월이다. 언론사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기자 시절부터 '친박' 인사로 분류된 박 의원이 그 덕에 정치 입문까지 했으니 박근혜에 대한 그의 충성도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쯤에서 묻고 싶다. 헌재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끝까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태극기집회에 나설 것인지, 그것이 박 의원이 생각하는 의리이고 소신인지 궁금하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을 만들고, 국민에게 쫓겨난 불명예스러운 전직 대통령을 만든 데에 '일등공신' '호위무사'를 자처한 당신들 책임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 인용 직후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이 보도자료를 내고 도민에게 사과했다. 박 의원도 이에 동의하는지 확인하고 싶다.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의 지지세력만을 향해 세 결집을 노리는 발언이나 해대는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품위도 잃었다. 이제 '선거의 여왕'은 없다. 권력의 최고 정점을 찍었지만, 결국 실패한 정치인일 뿐이다. 박 의원을 비롯해 친박 의원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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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을 부정하는 건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이런 인식 수준이라면 박 의원도 남은 임기 3년을 다 채우리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이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주군 모시기에 연연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박 의원이 진정 지켜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한번쯤 돌이켜보길 바란다. 진주시민(유권자)은 물론 도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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