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확인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서울 중심 '광우병 촛불'과 달리 동네 단위까지 촛불 활활
자유발언·문화공연 등 도민 자발적 참여 돋보여
'3040 아줌마 세대' 광장으로 무상급식·주민소환 영향 커

지난해 10월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촛불의 힘은 결국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냈다. 촛불은 이제 탄핵을 넘어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결정이 있었던 10일 오후 경남도민일보 6층 소회의실에서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본 촛불과 광장'을 주제로 방담을 나누었다. 그동안 촛불집회 현장을 꾸준히 취재하고 기록했던 김주완 이사(출판미디어국장)와 김해수(경제부)·우보라(시민사회부)·임종금(출판미디어국) 기자가 참석했다.

촛불집회를 취재했던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회를 나누고 지면에 담지 못한 얘기를 풀어놓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김주완 이사 "시위 문화 상당한 진전 이뤄내" = 먼저, 김주완 이사는 이번 촛불이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때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2008년 촛불집회는 서울 집중이었다. 지역에서도 집회가 있었지만, 대규모로 열리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창원에서도 1만 명 이상 시민들이 모였다. 1987년 6월 항쟁 때 빼고 지역에서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보지 못했다. 서울에서 촛불집회가 열리더라도 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 집회는 이어졌다. 이것도 이전엔 없었던 현상이다. 대도시 중심 촛불집회를 벗어나 군 단위까지, 창원에서는 동네 단위까지 집회가 열렸다. 우리 시위 문화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시민들이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로 울림과 공감을 주었지만, 소위 '운동권'은 틀에 박힌 이야기, '이렇게 해야 한다' 등 억지로 이끌어내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목소리는 크고 내용도 선동적이었지만 우리가 이미 아는 것들이었다. 운동권에서도 이번 촛불로 스스로 느끼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배웠으리라 기대한다. 경남도민일보도 반성할 게 있다.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성실하게 촛불을 취재하고 보도했지만, 창원 중심이었다.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해서 아쉽다."

◇우보라 기자 "살아있는 민주주의 실감" = 촛불 현장을 꾸준하게 지킨 우보라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자발적인 문화공연 등을 보면서 살아있는 민주주의 현장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진해에서 열린 촛불집회 행진 때 비·눈이 많이 내렸는데, 아무도 우산이나 우의를 안 입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놀랐다. 또한 시민들이 촛불집회가 이어질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고 음식 등을 나눠 먹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김해수 기자 "2030 정치에 더 관심 기울이는 계기 될 것" = 김해수 기자는 이번 촛불집회가 '2030세대'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창원광장에서 처음 집회를 한다고 했을 때 구청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시민들 힘으로 광장을 열었다. 흔히 2030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나도 20대다. 우리는 집회나 민주주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세상 일이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촛불에는 2030세대, 중·고등학생,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다 나왔다. 앞으로 이들이 자라면서 정치에 더 관심을 두거나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종금 기자 "아줌마의 힘 정치사회적으로 더 커질 것" = 임종금 기자는 이번 촛불집회에 대해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유독 여성들의 참여가 많았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촉발한 무상급식 문제와 주민소환운동 등으로 '3040 아줌마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촛불까지 들게 됐다. 앞으로 경남에서는 여성이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선 후보들 촛불로 드러난 과제 적극 해결해야" = 방담 참석자들은 촛불 정국 이후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가더라도 대선 후보들이 적폐청산, 최저임금 문제 등 촛불에서 제기된 과제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보았다. 또한 박 대통령 파면은 '친박근혜 정치인'에 대한 '폐족 선언'으로 봐야 한다고 했으며, 탄핵 반대시위도 권력과 자본을 등에 업고 집회를 여는 일부 세력이 문제라고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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