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최고 권력자는 국민이다"…65만여 명 참여해 축제로 끝나

청와대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서울 도심은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촛불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없는 첫 번째 주말에 '민주주의 축제'를 만끽했다. 곳곳에서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고 리듬에 몸을 맡겼다.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200미터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박근혜는 당장 방 빼라"라고 외쳤다. 한 식당 종업원은 가게 앞에서 '박근혜를 즉각 구속하라'는 팻말을 두고 같은 구호를 외쳤다.

촛불집회 때마다 시민들에게 물과 따뜻한 차를 나눠줬던 자하문로의 한 카페는 '함께 해주신 분들과 따뜻한 촛불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 겨울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길은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경북궁 담벼락에는 누군가 빔으로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새겨, 시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동대문 방향으로 퍼레이드에 나선 시민들은 <아름다운 구속>, <하야가>를 부르며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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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를 위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자축하며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이날 시민 65만여 명(주최 쪽 추산)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주말과 휴일에 열린 20차례의 범국민행동 참가자는 1600만 명을 넘어섰다.

대학생 김아무개(25)씨는 "처음 왔을 때는 내가 이렇게 온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오늘 세리머니 하는 걸 보니까 시민의 힘이라는 게 크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동일(28)씨도 "폭죽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진짜 최고 권력자가 국민이라는 게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남편·두 아이와 함께 나온 남소영(44)씨는 "원래 혼자 나오려고 했는데 축제 분위기일 거 같아 가족 모두 나왔다. 기쁘다"면서 "그래도 아직 청산할 일이 많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얼른 방 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아무개(76) 할머니는 "원래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안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이라 걸었다. 아버지 때부터 독재했으면 됐지, 뭘 더 하려고 하나. 자기가 잘했으면 이런 일 있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해서 조금만 잘 했으면 호응해줬을 텐데, 해도 너무 했다"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오후 8시부터 광화문광장 무대에서 열린 촛불 승리 콘서트를 즐겼다. 권진원, 가리온, 두 번째 달, 뜨거운 감자, 우리나라, 전인권, 한영애, 조PD의 공연이 이어지며, 광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타올랐다.

퇴진행동 쪽은 앞으로 촛불집회를 비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오는 3월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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