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마지막 촛불집회
시민 500여 명 모여 '탄핵 인용' 자축
가수 장영석, 촛불인연 등 다양한 공연 이어져
"탄핵을 넘어 박근혜 적폐청산하고 국민이 주인되는 그날까지 함께합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다음 날인 11일 오후 6시 창원광장에서 촛불이 켜졌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 5당 등 400여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가 주최한 열아홉 번째 경남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 500여 명이 모여 10일 탄핵 인용을 '촛불 시민 승리'로 선언했다. 함께 기뻐하고 자축하고 격려했다. 한바탕 '축제장'이 된 마지막 촛불집회였다.
여는 공연으로 탈핵경남시민행동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와 핵발전소 모형 상자 5개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날은 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핵 싫어! 햇빛 좋아!"를 외쳤다.
이어 김영만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역사는 10일을 위대한 시민 혁명의 날로 기록할 것이다. 여러분 이름은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다. 그 이름은 바로 '촛불 시민'"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후손들에게 전설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무대에서 내려와 참가자들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외친 뒤 몇몇 참가자에게 마이크를 갖다댔다. "철천지원수 같은 박근혜를 파면한다!" "바보 같은 박근혜를 파면한다!" "헬조선 부역자들을 파면한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시민발언으로 이명숙(경남급식 홍보협의회) 씨가 나와 "정부에서 우리가 영양사 교사를 만나서 우수급식재료를 소개하는 걸 부정청탁이라며 못하게 한다"며 "하루아침에 1500여 명이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우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본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도 동참해 달라"고 했다.
'시민의 눈' 소속 구대현 씨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사전투표함 지킴이 활동 등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달라"며 "정당들과 협의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투·개표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는 "어제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도 시민 힘으로, 촛불로 물러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며 "100만 촛불 힘이 국회의원들을 움직였고, 박 전 대통령도 여기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앞으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허튼소리를 하면 촛불 힘으로 몰아냈으면 한다"며 "정치에 관심을 둬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처럼 하급 정치인이 우리를 지배한다. 이번 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보자는 호소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철수 씨는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최고임금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피청구인 청년의 힘든 삶을 파면한다"고 하자 참가자들이 크게 손뼉을 쳤다.
자신을 택시노동자라고 한 김흥영 씨는 "창원은 3·15의거 정신이다. 이 정신이 우리를 있게했다"며 "우리가, 국민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씨는 '개 사료'와 빵을 들고 와 박 전 대통령을 놀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성배 씨가 발언자로 올라와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김대중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 성대모사 때 "야! 기분 좋다"라고 하자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이날 시국대회는 여느 때보다 문화공연이 많았다. 가수 장영석 씨가 〈꽃송이가〉, 〈일어나〉를 불렀고, 가수 겸 목사로 활동하는 김재성 씨가 〈외계인〉, 〈여행을 떠나요〉를 공연했다. 국악인 신성욱 씨는 신나는 '설장구 공연'으로 흥을 북돋웠으며, 가수 김산 씨와 박영운 씨도 각각 〈아구찜이 좋아〉와 〈엘 콘도 파사〉 등을 들려줬다. 이 밖에도 노동자 율동패 '세모단' 몸짓 공연을 했으며, '촛불인연'이 노래패 '꽃다지' 〈주문〉을 부르자, 참가자들이 축포를 쏘아 올리면서 시국대회 분위기는 절정을 이르렀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걷힌 모금액은 71만 8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