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부의장 임기쪼개기 야합 개봉박두
정치적 약속? 잇속 챙기기 비난받을 것

역대 최대 규모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앞에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믿고 있던 컨트롤타워마저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 위험을 막고자 발전소 직원인 '재혁'과 그의 동료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닌 최근 개봉된 영화 <판도라> 줄거리다.

이 영화 제목인 판도라는 제우스가 만든 인류 최초 여성이다.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이 있는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부터 아름다움, 아테나로부터 방직 기술, 헤르메스로부터 말솜씨 등을 받았기 때문이다. 판도라는 신 프로메테우스의 동생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제우스로부터 탄생 축하선물로 받았던 상자를 열어보게 된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맹세와 단서가 붙어 있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슬픔, 가난, 욕심, 질투, 시기 그리고 각종 질병 등이 상자에서 빠져나갔고 평화로웠던 세상은 금세 험악해졌다. 인간의 모든 불행과 악은 판도라 상자를 열면서 시작됐다는 게 그리스신화다.

사천시의회에도 판도라 상자에 버금가는 금단의 상자가 하나 있다. 아직은 봉인된 상태지만, 개봉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천시의회 판도라 상자에는 의장·부의장 임기 쪼개기 야합이 조심스럽게 담겨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 3개월 동안 제7대 후반기 의장 선거를 두고 파행을 거듭하다 시민의 거센 비판 여론에 밀려 후반기 원 구성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임기 쪼개기라는 꼼수를 썼다. 이것이 바로 사천시의회 판도라 상자 탄생 배경이다. 당시 의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침묵했지만, 현실로 드러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사천시의회 제209회 임시회가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데, 김현철 의장이 13일 의장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갑현 의원이 의장직을 물려받고 나서 9개월 뒤 12월께 사퇴하고, 한대식 의원에게 남은 6개월의 임기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시의원 그들끼리 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수순을 밟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종범 부의장도 6월 말께 사퇴하면서 남은 1년 임기를 최용석 의원에게 맡긴다는 약속(?)도 착착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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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속에 굳게 닫혀있던 임기 쪼개기 야합이 불과 5개월 만에 드디어 열리는 것이다. 개봉박두다. 김현철 의장을 비롯한 주도적으로 임기 쪼개기를 진행했던 의원들은 원활한 의회 운영을 위한 정치적 약속이었고 꼭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밀실야합을 놓고 정치적 약속이라는 말로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지방의회와 의원의 역할은 '나 몰라라'하고 자신의 잇속만 챙긴다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녕 시민들의 눈이 무섭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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