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중국의 노골적 보복조치들
박근혜, 끝내 나라를 구렁텅이에 넣나

배칠수의 재능은 탄복할 정도로 놀랍다. 그의 성대모사는 너무도 탁월해 누구든 그의 성대를 거쳐 나오면 인품조차 소로시 빙의된 듯 복제되어 나온다. 미국에선 전직 대통령 한 사람의 흉내만 엔간히 내더라도 평생을 먹고산다는데 그는 이 나라 역대 대통령은 물론 유명짜한 50명 이상의 인물을 판박이로 불러낼 수 있는 능력자다. 시작은 '배철수' 따라 하기였지만 정작 그가 뜬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문이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가정한 배칠수의 성대모사는 포복절도할 발군의 작품이었다. 이 1분 48초짜리 음성 파일에 담긴 DJ의 차지고 적나라한 남도 '욕'은 미국의 횡포를 견딜 수밖에 없는 식민지 백성의 부글부글 끓던 속을 잠시나마 어루만져 준 '단방약'이었다.

클린턴 시절만 해도 북미 '핵 협상'은 볼만한 국제전이었다. 지루하게 늘어지는 시소게임의 양상임에도 심심찮은 화제를 뿌리며 이어졌다. 그것은 위험한 장난감을 쥔 악동을 달래 뺏으려는 '덩치'와 "그 물건 곱게 주면 대신 뭘 줄 테냐"라고 되 덤비는 맹랑한 소악패의 수작질이었다. 이런저런 잇속을 염두에 둔 미국의 인내심과 까짓 벼랑까지 밀어보자는 북한의 똥배짱이 마주 어르는 것을 넘어다보는 재미랄까. 그때만 해도 시방처럼 직접적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2002년 아들 부시가 그 협상 테이블을 포악하게 걷어찼다. 그는 북한을 '악의 축'이란 모진 용어로 규정하며 구체적으로 위협하는 한편 남쪽의 김대중 정부에는 군비증강을 채근하며 무기 구매를 압박했다. 보잉사의 F-15K 전투기가 경합 기종들보다 성능과 가격에서 뒤처짐에도 그걸 사라고 압력을 넣을 뿐 아니라 이지스함, PAC-3 등 4조 원에 이르는 무기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북·중·러'에 대응하는 편싸움 진용의 '한·미·일' MD체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오랜 군사정부 동안 성역으로 치부되던 '군'의 살찐 '똥별'들이 엄청난 세금을 도둑질한 것이 탄로 난 '율곡사업'을 겪은 터다. 9배가 넘는 국방비를 쓰면서도(남북 국방비 비교자료를 보니 2000년대는 44배, 2010년대 31배) 남침위협 운운하며 징징거리는 군이 미국 군수산업의 재고정리를 위해 엄청난 거금을 주고 구닥다리 전투기를 들여오느냐는 원성이 자자할 때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참외 농사를 작파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반대를 부르짖는 성주 사람들의 끈질긴 항쟁에 포대 위치는 인근의 롯데 골프장으로 변경해 지목됐다. 정세의 추이를 저울질하던 롯데가 골프장을 국방부에 내놓기로 하자마자 중국의 공격이 시작된다.

우선 롯데를 향한 맹폭이다. 중국 내 롯데 매장 상당수가 당장 영업정지를 당했다. '롯데' 이름 붙은 모든 업장은 중국인의 관광 상품에서 제외됐다. 그뿐이랴. 북적이던 명동 거리에 중국인이 사라졌다. 면세점·화장품·유통·항공 관련 주가가 일제히 폭락한다. 예고한 대로 한류 열풍을 차단하는 것으로부터 노골적으로 보복 조치의 강도를 높이며 조여 오는 것이다.

중국의 보복, 동해안의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정세 속에 오산의 미군기지로 사드 발사대가 들어왔단 소식을 듣는다. 밤사이 도둑처럼 말이다. 정권 바뀌기 전에 대못을 박자는 심사다. 대체 누구를 위해 그 무기를 들여오겠다는 것인가. 사드 배치에 관한 논란은 이미 작년에 '배칠수'가 말끔히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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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칠수가 '전영미'와 짝을 지어 배꼽을 잡게 하는 라디오 <백반토론>에서 말이다. 그들은 그 어떤 난삽한 용어나 현란한 부호도 사용하지 않고 몇 마디의 우스개로 간명히 '북핵 대비용'이란 배치 논거를 걷어냈다. 미·중의 틈바구니에 우리는 또 낑겼다. 박근혜는 끝내 나라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가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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