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항변하는 것은 도민의 권리
전 대통령 모독 막말 홍준표 지사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홍준표 도지사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달 28일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있다는 점이 대선 출마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있다'고 하자 "지금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독하는 막말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어 지난 2일 한 종편과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문재인 전 대표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란 사람이 뇌물을 받은 걸 몰랐다면 감이 안 되는 사람이고, 뇌물 받은 걸 알았다면 공범 아닌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홍 지사는 불과 1년 전의 일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학부모와 시민단체, 야당이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업', '성완종 리스트' 등 사유로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운동을 벌이자 홍 지사 쪽에서는 교육감을 상대로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최측근들은 물론이고 경남도청 공무원, 경남도 산하기관 임직원, 홍 지사의 외곽 지원조직인 대호산악회 회원 등이 대거 불법 서명에 개입해 구속됐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고,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모든 정황들을 홍 지사가 앞에서 내지른 말대로 그대로 적용해보면, "홍 지사가 현직에 도지사로 있는 도정에서 도청 공무원이나 도 산하기관 임직원이 불법 서명에 개입했는데 몰랐다면 감이 안 되는 사람이고, 불법 서명을 알았다면 공범 아닌가?"

그가 '감'이 안 되는 사람인지 '공범'인지는 도민들이 충분히 평가하리라 본다. 도지사 자리는 도민을 대표하는 자리이고 도민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듣기에도 거북스럽고 민망한 언어들을 구사해 도민을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의 거친 표현들을 듣고 그냥 있으면 '대장'의 언어를 수긍하는 '감'도 안 되는 '공범'이 될 수 있으니 항변하는 것은 도민의 자존심이고 당연한 권리라 여겨진다.

아이가 어릴 때 잘못을 저질러서 혼을 가끔 낼 때가 있었다. 그때 대부분 어리면 어릴수록 아이들은 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이야기보다 다른 아이의 잘못을 가져와서 자신의 잘못을 상쇄하려고 했다. 그것도 자신이 생각할 때 가장 괜찮아 보이는 친구를 끌고 와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론을 하며 면죄부를 받으려고 했다. 자신의 잘못 대신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면 혼이 덜 난다는 것을 터득한 것은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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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홍 지사가 언론을 통해 하는 인터뷰들은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 하던 면죄부 놀이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자신에게 기자들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어서 우려스러움을 표했을 뿐인데 갑자기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것도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를 거론하며 논점을 흐리는 것은 홍 지사만의 '감'이 할 수 있는 대선 전략이리라 여겨진다.

도지사가 방송에 나가서 내뱉고 있는 '양아치', '지저분한 애들' 등 나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는 언어들을 들으며 그가 정말로 도정을 이끌 '감'이 되기나 하는지, 3.5%의 지지율로 대선 도전을 할 수 있는 '감'이나 되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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