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시뮬레이션 결과…차량정체로 대피 22시간 걸려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등 제안

부산 고리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났을 때 20㎞를 벗어나는 데 무려 22시간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피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아수라장이 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장면과 같은 상황이다.

원자력안전연구소·부산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이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 6주기를 맞아 '고리원전 중대사고 대피 시나리오 기초연구'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실제 핵 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 확산 평가와 현재 방사선비상계획구역과 대피소가 적절한지 확인해서 재난을 최소화하고자 진행됐다. 특히 고리·신고리원전은 세계 최대 핵발전소(건설 중 포함 10기) 밀집지역인 데다 반경 30㎞ 부산·울산·경남지역에 34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인구 최대밀집지역이다.

연구소는 2008년 3월 11일(0~24시) 기상자료와 지형지물, 방사성 물질 세슘 134와 137 방출 사고를 가정, 고리원전 반경 20㎞ 대신 좌우 20㎞로 대피구역을 설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중 사고가 났을 때 구호·대피 조치를 해야 하는 긴급보호조치구역은 20~30㎞로 설정돼 있다.

김성욱(가운데) 원자력안전연구소 운영위원이 8일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고리원전의 방사능 유출사고 때 대피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소는 정방형 20㎞ 구역에 올해 기준 부산·울산과 양산시 94개 행정단위 인구 분포(170만 명), 도로(9400개)와 도로 교차점(3만 5000개)을 인간활동 기반 교통수요분석 프로그램에 입력해 차량(1대 3명 탑승) 대피시간을 계산했다.

동적 대피 시뮬레이션 결과 20㎞ 밖으로 벗어나는 데 차량 정체 등으로 22시간이나 걸렸다.

이 정도 대피 소요시간이면 많은 인원이 원전사고가 났을 때 피폭 피해를 보게 된다. 고리원전 사고 시 하루도 안 돼 90㎞ 떨어진 경남 고성군에서 고농도 방사능 물질 오염이 예측된 연구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14년 공개한 <동아시아 방사능 물질 확산 예측모델 개발> 보고서를 보면 고리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사고가 났을 때 19시간 후 고성군에서 1079㏃(베크렐)/㎥이 예측됐다.

이는 기상청이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 규모 사고가 터졌을 때를 가정해 세슘 137과 방사성 요오드 131 배출량 값으로 연구한 것이다.

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작업은 원전사고 시 재난을 최소화하는 실제 대피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데 기초연구인데 앞으로 과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원전 반경 80㎞까지 방사성 물질 확산과 대피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집단 피폭선량에 따른 인명 피해를 확인해서 도로 추가 개설 등 조치로 인명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원전사고 통보를 얼마나 빨리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기경보시스템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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