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등단 30년' 시집으로
삶의 총체적 가치 담아내
롯데백 마산점서 시화전도

파랑은 정말 어디서 왔을까.

성선경(57) 시인이 <파랑은 어디서 왔나>(사진)를 펴냈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은 시인에게 9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지난해 30년간 재직한 국어 교사 생활을 접고, 시에 전념해 1년 만에 신작 시 60여 편을 묶었다.

"코끼리는 코끼리에서 왔다면/기린이 기린에게서 왔다면/매화는 매화에서 오고/동백은 동백에게서 오고/매발톱은 매발톱에게서 왔겠지//(중략)나는 아버지에게서 오고/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서 오고/할아버지는 증조에게서 왔다면/검고도 흰 하루/너는 어디에서 오나//저 파랑은 어디서 오나//"

'파랑은 어디서 왔나' 시다. 시인은 '파랑'은 삶의 총제적인 가치로, 기쁨, 슬픔, 고통, 열망 등을 모두 내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선경 시인이 지난 1일 오후 롯데백화점 마산점 '더 갤러리'에서 출판기념회 및 시화전을 열었다. /우귀화 기자

4부로 나뉜 책에서 1부에 '파랑'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만 6편이다. '파랑에 대하여', '파랑은 어디서 왔나', '저 파랑 뒤에는 무엇이 있나', '글쎄 파랑', '파랑의 서쪽 귀', '파랑파랑'이다.

독특한 숫자시가 눈길을 끈다. '개미 두 마리' 시에서 개미는 "33하게 따라오고", '농게' 시에서 게는 "앞발을 들고/44, 444, 444/몰려다니는 요놈들"이라고 표현했다. '건널목에 선 사람'에서는 "우리는 모두 어깨를 나란히 하고/11이거나 111이거나 1111이 되어도"라고 적고 있다. 여기서 '1'은 어깨를 펴지 못하고 움츠린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시인은 숫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내면서 교직 생활 30년, 등단 30년 기념을 겸한 출판기념회 및 시화전도 지난 1일 열었다.

성 시인은 "대개 교사 30년 하면 크루즈 여행 가는 게 관례다. 저는 시가 제 여행지"라고 밝혔다.

시화전은 '모래에서 먼지로'라는 이름으로 롯데백화점 마산점 '더 갤러리'에서 지난 7일까지 진행됐다. 30년간 성 시인의 시 흐름에 줄기가 됐던 시 30여 점을 선보였다. 주상완 서예가가 시를 글로 썼다.

시인에게 등단 30년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처음에 시를 공부하고 등단할 때 꿈이 대단했다. 등단 30년 전시를 하면서, (스스로가) 돌도 아니고 모래도 아니고 먼지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 '시인의 말'에서도 "바위에서 자갈로 모래로/모래에서 먼지로/금 가고 부서져 풍화되는 일/결국은 먼지로/내 마음까지/형체 없이 먼지로 가는 일/선인들이 먼저 간 길을/저만치/나도 따라가는 길"이라고 적었다.

성 시인은 경남대 국어교육학과 재학 중 1987년 무크 <지평>,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바둑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진경산수>, <모란으로 가는 길>, <서른 살의 박봉 씨> 등이 있다. 152쪽, 서정시학,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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