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탁구장 갔다 처음 라켓 손에 쥐어
재미로 시작해 어느새 본격적 운동으로
중·고교 국가대표와 겨룰 정도로 실력 출중
초등 3학년부터 전국 1위…독일 업체 후원도

공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쏟았다. 서비스를 넣을 때 표정은 더 다부졌다. 반면 득점을 해도 크게 기뻐하거나 환호하지는 않았다. 많은 점수 차를 보이는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였을 게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에는 좀전의 신중하고 의젓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락없는 '초딩'이었다.

탁구 '신동'으로 불리는 의령 남산초 박규현의 첫인상이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규현이는 벌써 도내 탁구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국가대표와 겨뤄도 대적 가능한 실력을 갖춘 '될성부른 떡잎'이기 때문이다. 규현이를 가르치는 김용수 감독은 "지도자 35년 동안 만난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과 함께 규현이를 만났다.

-언제 탁구를 시작했나.

△박규현 = "학교 입학하기 전인 7살 때 엄마 따라 탁구장 가서 처음 탁구를 만났다. 그냥 따라가서 해 본 것이었는데 재미있었다. 그러다 탁구장에서 가르치는 레슨을 받았다. 선수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재미있어서 배웠고 그래서 계속하게 됐다. 집이 진주였는데 탁구를 하려고 의령 남산초에 입학을 했다."

-탁구의 어떤 점이 좋은가.

△박규현 = "잘 모르겠다. 그냥 재미있다. 경기에서 이기고 또 실력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코치 선생님, 감독 선생님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이 잘한다고, 점점 좋아진다고 칭찬하시면 힘이 나고 기쁘다. 그런 면에서 탁구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탁구를 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다부진 표정으로 서비스를 넣고 있는 박규현 선수. /유은상 기자 yes@idomin.com

-힘든 점은 없나.

△박규현 = "우선 대회에 나가거나 앞두고 있을 때 긴장되고 그런 것이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매일 하루에 30분가량 체력훈련을 하는데 좀 힘들다. 훈련이 끝나면 보람을 느끼지만 하고 있을 때에는 좀 힘들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런 것 외에는 별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다."

-장점과 단점을 꼽자면?

△김용수 감독 = "규현이를 만나서 두 달 정도 가르쳐보고 잠재성을 알아차렸다. 대략 지금 155㎝, 45㎏ 정도 나간다. 우선 체력조건과 운동신경이 출중하다. 또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두 개를 알아차리는 학생이다. 무엇보다 초등학생이지만 멘탈이 대단하다. 습득 능력도 뛰어나고 정말 아이 같지 않게 꾸준하고 성실하게 노력한다. 아마 탁구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니까 그러리라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는 드라이브가 특별하다. 왼손잡인데 처음부터 다른 왼손잡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스핀이 먹히게끔 훈련을 했다. 다른 방향으로 휘고 스핀이 먹으니 상대가 쉽게 적응을 못 한다. 특히 선구안이 좋다. 서비스를 포함해 상대의 구질을 빠르게 파악해서 대응하고 계산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특별한 단점은 없는 게 단점이다. 허허."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

△김용수 감독 =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전국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때부터 각종 대회에 나가서 개인전에서 2등을 해본 적이 없다. 소년체전에는 단체전만 있는데 지난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또 지난해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7개국 유소년 탁구대회'에서는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월 19일 열린 '제1회 어린이 왕중왕전 탁구대회'에서도 개인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중학교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규현이 실력을 알아보고 탁구용품업체인 독일의 티바사가 스폰서로 후원을 한다. 3년간 계약해 스포츠용품은 물론 대회 출전, 단기 연수 등을 지원한다."

-장래성은 어떻나?

△김용수 감독 = "지도자 35년을 하면서 국가대표도 키워냈고 지금도 많은 제자가 프로팀에서 뛰고 있다. 그런 제자보다 더 좋은 재목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왼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최근에는 국가대표선발전 가서 랭킹 1, 2위 하는 중학생, 고등학생과도 겨뤄봤는데 세트스코어 2-3, 1-3으로 졌지만 충분히 대적이 됐다. 지난 방학에는 초·중학교에는 상대할 선수가 없어 남산고 선배들이랑 같이 훈련을 했다. 경남 지도자들 사이에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아마 유남규, 유승민의 계보를 이을 유능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꿈과 포부는?

△박규현 = "꿈이나 목표는 잘 모르겠다. 우선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해서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나가서 꼭 금메달을 딸 생각이다. 운동을 잘해 엄마 아빠가 자랑스러워하셔서 기쁘다. 계속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그것 말고는 더 생각해 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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