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지난 6일 90일간의 국정농단 수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갔다. 특검이 종료되면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범죄 조사에서 권력자의 개인적 의지나 의견을 반영하면 우리는 이를 부당한 정치적인 공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정농단 수사의 경우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마저 묵살했다. 즉, 범죄 소명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절차를 훼손한 것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다. 게다가 애초 국회 탄핵 절차가 증명되지 않은 범죄 사실을 근거로 해 이뤄진 초헌법적인 국기문란이라는 주장마저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증명하자고 하면 사사건건 거부하고 방해하는 인물이 말하는 불법성이라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과연 역사라는 말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정말 이제는 특검이라는 한정적 시간의 구속 없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확인하고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왜냐면, 이번 사건은 특별한 정치적 사건이라서가 아니라 시대의 근본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으로,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몇백 년이 지나가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회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이 설치한 특별수사본부는 정치적 촉각이 아니라 역사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 헌재 결정에 방향타를 설정하고 따라가는 모양새가 아니라 역사와 민족이라는 소명의식에 따라야 할 것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 간에 탄핵정국이라는 긴 터널은 조만간 끝이 난다. 우리 역사가 과거 유신시절로 회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물론 과거의 모든 문제를 어떻게 한 번에 다 털어 버리고 갈 수 있느냐는 항변도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에 모든 걸 다 정리하자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 있는 구악들은 이번에 정리하는 기회는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정의라는 말을 우리 사회에서 쓸 수 있고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탄핵 이후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인지 혹은 탄핵이 되지 않으면 그다음은 무얼까 하는 단기적인 사고보다 이제는 역사와 민족이라는 멀지만 거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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