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8 세계여성의 날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날은 공휴일이거나 여성들이 직장을 쉬기도 한다. 전 세계 절반에게 명절이지만 대한민국 여성에겐 여성의 현실을 새삼 절감하는 날이기도 하다.

어떤 계층의 사회적 지위를 쉽게 파악하는 요령은 그들이 고위 공직에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16.3%이며, 그나마 경남에 지역구를 둔 사람은 전혀 없다. 한국 여성이나 경남 여성은 자신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셈이다. 이러니 세계경제포럼에서 여성의 정치적 권한 등을 근거로 산출한 2015년 성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15위(145개국)로 거의 꼴찌일 수밖에 없다. 한국 여성 관련 통계에서 세계 꼴찌 수준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2015년 성별임금격차는 남성(100) 대비 여성이 62.8로 나타났다. 성별임금격차의 악화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비정규직 증가의 영향이 여성에게 몰리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꼴찌를 벗어난 해가 없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하루 3시간 무급으로 일하는 격이라며 오늘 오후 3시에 일제히 일손을 놓자고도 제안했다.

성별임금격차의 악화 등 지표로 드러나는 여성인권의 후퇴는 박근혜 정부의 여성정책 실패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영유아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말했지만, 당선 후에는 보육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김으로써 일하는 여성에게 필수적인 육아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일·가정 양립은 여성의 노동력 확보나 출산율 제고의 목적도 있었으니 온전한 여성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정부는 그런 정책마저 실천할 의지가 없었다. 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100가지 약속보다 한 가지라도 실천하려는 의지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대선을 통해 꾸려질 새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줄이든 어린이 보육을 책임지든 하나라도 똑똑하게 추진해야 한다. 여성 관련 OECD 만년 꼴찌는 국가적 수모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