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변화만 강조 '외발논의'느낌 강해
대선은 일자리 문제 치열한 논의장 돼야

최근 주요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이나 정치권 안팎의 기존 논의는 왠지 균형감각이 떨어진 것 같다.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와이어리스 헤드셋 마이크를 끼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브리핑을 직접 하기도 했고, 당선 시 대통령직속위원회를 만들어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향후 5년 동안 초·중등학교 소프트웨어(SW) 교사 1만 명 양성, 세계 최초 초고속 사물인터넷(IoT)망 구축,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도 제시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아예 '4차 산업혁명 행보'를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되 국가는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꿔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게 요지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초 경남테크노파크(창원)를 방문해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돼 이 부분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 민간혁신을 하되 정부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구축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이 사람 일자리를 대신하며 고용이 감소해 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비해 정부가 대응위원회를 만들어 기업과 국민 불안감을 줄이고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일자리 감소 충격을 완화할 것을 제시했다.

경남에서도 4차 산업혁명 논의는 작년부터 뜨거웠다. 창원상의, 경남경총, 중소기업융합 경남연합회, 이노비즈 경남지회, 중소기업중앙회 경남본부 등 도내 주요 경제인단체들도 관련 주제 강의를 여러 차례 열었다.

하지만, 각 후보의 4차 산업혁명 대응책은 왠지 나사 하나가 빠진 것처럼 헐겁다. 기자가 들은 경제인단체 특강들도 산업현장 변화만 강조했지 사회 전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내용이 없어 '외발' 논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최근 BNK금융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이 동남권(경남·울산·부산)에 미칠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며 2020년까지 동남권 전체 일자리가 1만 9000개 줄고, 그중 경남에서 전체 절반이 넘는 1만 개가 줄 것으로 예측했다. 여권 대선 후보 행보를 시작했지만 경남도 수장으로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미래 50년'만 내세웠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에 어떤 대비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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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세계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 물결을 타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물결 아래에서 수많은 이가 일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새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는다면 이를 보완할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대선은 그런 치열한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이를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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