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63빌딩 95개 지을 분량 퍼내…수산물 급감
생태계 회복 불능 우려…어민들 "총력 투쟁"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모래 채취'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어민들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수협조합장과 어민 20여 명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닷모래 채취가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해상시위' '감사원 감사청구'를 예고했고, '바닷모래채취 배경 의구심에 대한 국회 진상 규명'도 요청했다.

이에 앞서 경남 14개 수협조합장은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한국수자원공사 전·현직 사장과 전국 19개 골재 채취업체 대표를 골재채취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남해안 어민들은 10년 넘게 이어진 울분이라고 토로한다.

정부는 건설용 모래 확보를 위해 지난 2001년 남해 EEZ 모래 채취를 허용했다. 2008년 8월에는 남해 EEZ 내 1개 채취 단지를 지정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남해 EEZ에서 퍼낸 모래는 6236만㎥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95개를 지을 양이다.

연간으로는 2008년 280만㎥에서 지난해 1167만 1000㎥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서해 EEZ 1개 단지(군산 서남방 90㎞)에서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4259만㎥를 채취했다. 2008~2013년 남해·서해 EEZ에서 퍼낸 모래는 전체 공급량 가운데 8.8%를 차지했다.

정부는 애초 2008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남해 EEZ 바닷모래를 채취하기로 했다. 그러다 2012년 12월까지 1차 연장, 2015년 8월까지 2차 연장, 2016년 8월까지 3차 연장을 했다. 그러다 2016년 12월까지 4개월 조건부 연장을 했다가, 이번에 4차 연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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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8월 19일 전국선망선원노동조합 조합원 2000여 명이 19일 오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남해안 골재채취단지지정고시 철회를 위한 결의대회를 했다./경남도민일보DB

정부는 지난달 28일 자로 '남해 배타적경제수역 내 골재채취단지 관리계획 변경승인'을 고시했다. 골재채취 구역은 통영 욕지도에서 50㎞가량 떨어진 곳이다. 채취 면적은 모두 10.96㎢(4개 광구)로 축구장 1534개 면적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모두 650만㎥ 모래 채취를 허가했다. 63빌딩 10개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골재채취 관리자는 한국수자원공사다.

남해 EEZ 채취 구역은 멸치·고등어를 비롯한 주요 수산생물 회유 경로이며, 산란·월동장소로 파악되고 있다. 모래 채취 지역은 5~10m 되는 골이 만들어져 생태계 파괴 및 어장환경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 구역은 대형저인망·중형저인망·근해자망어업 등 14종 근해어업, 연안통발·연안자망·연안복합 등 주요 연안어업 대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협에 따르면 2016년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2만t으로 44년 만에 100만t 아래로 떨어졌다. 역대 최대 생산량이었던 1986년 173만t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정연송 대형기선저인망 조합장은 "지난해 멸치 어획량은 전년보다 40% 급감했다. 1차 먹이사슬 붕괴에 따라 전체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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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올해 허가한 남해 EEZ 골재 채취 단지.

하지만 아직 모래채취와 어업피해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 다만 국외 일본 오카야마 현 사례가 언급된다. 1970년대 바닷모래 채취 급증 이후 까나리 어획량이 급감했다. 그러다 2003년 4월부터 채취 전면 금지 이후 어획량은 반등했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

어업피해뿐만 아니다. 생태계 회복 불능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달 동향분석 자료를 통해 "더욱 큰 문제는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댐 등으로 강에서 모래 유입이 차단된 최근에는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일본 후쿠오카현 바다는 5m로 파헤쳐진 지형이 채취 종료 20년 후에도 1∼4m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희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남해 EEZ 퇴적된 모래는 약 1만 5000년 전 간빙기부터 현재까지 육상 환경에서 퇴적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모래 퇴적이 멈춘 상태에서 준설하면 복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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