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집집마다 다른게 장맛이지
겨울에 빚은 메주 준비
각양각색 빛깔·모양
소금물 비율 찾기 핵심

'지리산 제철 밥상'은 지리산에서 '맛있는 부엌'을 운영하는 고은정(60·사진) 음식문화운동가와 함께합니다. 고 씨는 제철음식학교, 약선음식학교, 우리장학교를 운영 중입니다. 저서로는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보약>, <장 나와라 뚝딱> 등이 있습니다.

2년 전 창원초록온배움터, 둔덕산촌슬로푸드마을 주최로 창원 둔덕마을에서 한 메주 만들기를 취재했다. 

그때 된장 만들기의 추억이 있다. 콩을 삶아서 절구에 찧고 틀에 넣어서 반듯한 메주를 완성했다. 두어 달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리면 메주가 완성된다는 것까지 기사로 썼다. 이번엔 그 뒤의 과정이다. 지난달 21일 고은정 우리장아카데미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지리산(전북 남원)의 '맛있는 부엌'에서 진행한 장 담그기 수업을 들었다. 고 대표는 집집마다 우리 장 만들기를 권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는 경남한살림 회원 10여 명이 참여했다. 두 달 전 이곳에서 각자가 만든 메주를 집에서 말려서 들고 왔다.

장 담그기 전 솔로 씻은 후 햇볕에 말리고 있는 메주./우귀화 기자

<재료> 메주 한 말(시판되는 메주 네다섯 덩어리), 소금 4.5㎏, 물 20ℓ, 숯 1∼2조각, 대추 4∼5알, 마른고추 2∼3개

<만드는 법> 1. 잘 뜬 메주를 준비한다.

2. 메주를 흐르는 물에서 솔로 문지르면서 재빠르게 씻어 햇볕에 바싹 말린다.

3. 항아리를 씻는다.

4. 소금물을 준비한다.

5.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담는다.

6. 준비해둔 소금물을 항아리에 붓는다.

7. 숯을 달구어 항아리에 넣고 마른고추 3개와 대추 10개를 넣는다.

8. 항아리 뚜껑은 잘 보관해두고 유리뚜껑을 준비해 덮는다.

고은정 음식문화운동가.

양파 망 속에 짚과 함께 든 메주는 누렇고 거무스레한 곰팡이가 폈다. "누구 메주가 제일 예쁘죠?" 저마다 손에 든 메주를 다른 집 메주와 비교했다. 잘 뜬 것으로 들어 보인 메주는 가벼웠다. 곰팡이도 밝은 빛깔로 메주 속에 들었다. 고 대표는 "좋지 않은 곰팡이로 알려진 검은곰팡이는 정말 짙은 색인데, 가져온 곰팡이 중에는 그런 것은 없다. 메주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말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고 대표가 쓴 <장 나와라 뚝딱>이라는 책에도 이렇게 적어뒀다.

"검은곰팡이와 푸른곰팡이, 붉은곰팡이는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검은곰팡이는 간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아플라톡신을 만드는데 우리 메주처럼 자연상태에서 혼합균주에 의해 뜨는 메주는 장을 담그기 전 물에 씻고 햇볕에 말리면 사멸된다. 간혹 남아있다 하더라도 소금물 속에서 발효되는 동안 모두 사멸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장 담그기의 핵심은 메주와 함께 소금 비율이다. 고 대표는 35ℓ크기의 항아리에 뜬 메주와 함께 소금 4.5㎏과 물 20ℓ를 넣기를 권했다. 소금이 지나치게 많아도, 물이 적어도 맛있는 장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장을 담그는 시기에 따라 소금량을 달리하면 된다. 음력 1월에는 소금 3.5∼4㎏, 음력 2월에는 소금 4∼5㎏, 음력 3월에는 소금 5∼6㎏ 정도를 넣으면 좋다고 책에서 설명했다. 정월을 지나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상하지 않게 소금량이 더 든다.

항아리에 메주, 소금, 숯, 대추, 고추를 넣고 완성한 모습./우귀화 기자

이날 장 만들기에서는 정제염을 사용했는데, 천일염을 사용하려면 하루 전날 미리 소금을 풀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숯은 불순물을 흡수하고, 대추와 고추의 붉은색은 잡귀를 물리치는 기원의 뜻으로 마지막에 올렸다.

항아리 속에 메주, 소금물 등을 넣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어른을 따라온 아이들도 장 담그기에 함께했다.

이날 장 담그기 과정에 참여한 이들이 함께 만든 '된장 덮밥' 식사는 인기가 높았다. 된장으로 만든 덮밥은 카레라이스를 똑 닮았다. 레시피를 아래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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