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이 막 본궤도에 올랐을 때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한 후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자기 정치하다가 자기 성깔에 못 이겨 그렇게 가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출마예상자들 관련 평을 하던 중 던진 이야기다.

그로부터 6년 후인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때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당원권 정지 중인 그는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점심을 함께했다.

식사 후 기자들을 만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 칭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평하며 던진 말이다.

선거→출마→점심 식사→상대 후보 평가→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노이즈 마케팅'. 이런 그의 정치 레토릭은 6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정치 수사만큼이나 정치 철학과 방법에도 발전이 없다. 편가르기로 분열과 대립, 갈등 조장. 이후 지지층에만 표를 갈급하는 정치.

특히 현 정국은 국정농단 사태를 본보기 삼아 '제왕적 대통령제' 폐혜를 온 국민과 정치권이 나서 바로잡으려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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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도지사' 표본인 홍 지사는 분열과 갈등을 억제하고, 치유와 화합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

영리한 홍 지사는 이런 자신은 대통령이 되지 못함을 모르지 않으리라. 이번 그의 대권 행보가 그저 항소심 무죄 선고 흥에 겨운 '코스프레'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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