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라 덴마크 뿌리는 '평민 교육'
새정부 교육·삶 분리한 제도 청산을

입춘, 우수가 지난 지도 오래전이고 엊그제가 경칩. 또다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매화는 벌써 피어 산수유를 부르고 머잖아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겠지. 온 산천이 꽃 사태로 물드는 그때쯤은 무지막지한 저 '막말의 정치'도 끝나겠지. 하여 너도나도 다시 손잡고 '상생의 정치'를 노래할 수 있겠지. 그런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난겨울 덴마크를 다녀온 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곁에 두고 '행복'에 대해서 묵상하는 날이 많았다. 사실 행복이란 말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관념적인 말이다. 행복을 말하자면 불행도 이야기해야 한다. 또 어디까지가 행복이고 어디까지가 불행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렇듯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말들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비트겐슈타인)임에 틀림없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은 행복이란 '말'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있는 '삶' 그 자체다. 그렇다. 행복은 살아있는 삶이다. 행복은 가슴 두근거림과 설렘의 '에너지'에서 나온다. 잠잠하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그 에너지가 '행복의 씨앗'이다.

이 봄날 봄꽃 앞에서 당신의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린다면 당신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 그 설렘의 에너지는 불길처럼 온 사방으로 번진다. 이때 당신은 '강한 개인'으로 거듭난다. 자기 삶의 주체로서 깨달음과 각성이 일어난다. 이렇듯 깨달음으로 불 지핀 가슴은 쉽게 식지 않는다. 한결같은 열정과 사랑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덴마크가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이유는 150년 전부터 뿌린 '행복의 씨앗' 덕분이다. 그룬트비라는 탁월한 지도자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룬트비는 '깨어있는 농민이 사회를 바꾼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살아있는 삶의 학교인 '농민학교(자유학교, 평민대학) 설립 운동'부터 펼쳤다. 잠자던 농민과 노동자들의 가슴을 흔들어 깨운 것이다.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뿌리는 '깨어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위대한 평민교육'에서 비롯되었다. 협동조합 운동과 국토개간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농민학교 설립의 튼튼한 뿌리 때문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에서의 배움이 삶터에 그대로 연결된다. 말 그대로 교육과 삶이 하나로 통합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깨어난 시민들의 열정과 사랑을 과연 누가 응집해낼 것인가? 깨닫고 각성한 '개개인 삶의 주체'들이 서로 손잡고 더불어 연대하여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 이 일을 온 정성으로 앞장서서 이끌고 뒷바라지할 수 있는 국민의 상머슴은 과연 누구일까?

앞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발 교육과 삶을 분리시키는 낡은 제도를 과감하게 청산했으면 좋겠다. 시대착오적인 입시위주 교육과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로 고착된 학교문화 시스템을 혁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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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혁신은 오연호의 주장처럼 "5년짜리 정권으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그는 "사회적 대타협 '20년의 약속'"이 필요하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20년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핵심 가치와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19대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정부와 시민사회, 경영진과 노동자가 머리 맞대고 행복사회를 향한 '20년의 약속'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까지가 어렵다면, 우선 '교육혁신 대타협'이라도 꼭 만들어내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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