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연정을 이슈로 만들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3일 CBS 주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간 첫 예비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탄핵 이후 현재 구성된 4당 체제를 끌고 가기 위해선 대통령과 국회와 협치 수준을 연정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으나, 이튿날 4일 방영된 G1 강원민방 <이창섭의 인사이드-대선주자 강원도를 만나다>에서는 "현실적으로 현재 헌법 내에서 의회와 대통령이 좋은 수준의 협치를 만드는 노력을 하자는 원칙적 제안"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가 자유한국당을 어떤 날은 협치의 대상이라고 했다가 다른 날은 대연정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모순이 있는 정치적 발언이라도 대의민주주의 아래 연정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어느 누구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3일 예비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지금도 우리 야당만 가지고 힘을 모아 과반수의 소연정을 할 수 있다"라고 한 것은 국회선진화법 아래 국회의원과 제1야당 대표를 한 정치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야당만의 소연정이 실현되더라도 초다수제 아래 국회선진화법에 가로막혀 연정의 의미가 없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원내교섭단체 4당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2012년부터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이 10분의 6의 동의를 요구하는 '초다수제(Supermajoritarian Rule)'로 협치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없다. 공개적으로 어떤 협치인지 발언 혹은 문서화하지 않는 것일 뿐 법안 통과 합의 자체가 협치다.

특검법 직권상정 거부를 두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1만 통에 달하는 전화·문자 테러한 일은 여전히 초다수제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대폭 축소된 것은 국회의장이 여당 수뇌부와 청와대의 입맛에 맞게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처리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아래 철저한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야당들이 각종 개혁입법(특검법 개정안,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법안인 상법 개정안 포함)을 2월 임시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 호언장담한 것은 국회선진화법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야당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적 레토릭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작년 5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재판 결정문에 따르면 제85조 심사기간, 제86조 체계·자구의 심사, 제106조의2 무제한 토론에 대해 "일반 국민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없다"며 각하 처리한 바 있다. 위헌 결정된 법이 아님에도 개혁입법 몇 가지 못했다고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국회법을 단편적인 정치적 상황마다 수시로 바꾸자는 것인데 저급한 정치공학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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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이라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루빨리 하고 싶은 정치적 욕심이 있을 것이다. 의회정치는 '점진주의(Incrementalism)'다. 빈손 국회는 비판의 초점이 될 수 없다. 입법 교착이 나쁜 게 아니다. 소수정당에 준 합법적인 입법 지연권을 뺏으려 하는 게 나쁜 정치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낸다고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10분의 6의 동의가 요구되는 초다수적 동의가 필요하니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정하려고 할 시간에 연정을 논의하는 것이 빠르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자는 이들에게 '해머·최루탄 국회'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5년이 된 지금 타협의 정치를 제도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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