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립미술관 2017 1차 전시 리뷰
나뭇가지 엮은 '숲의 대화'
예술품 관통해 걷는 묘미
작품-공간-관객 융화하는
비올라 연주로 공존의 미
체험전 상상공작소도 인기

지난달 9일 올해 첫 경남도립미술관 전시가 시작됐다. 'DNA, 공존의 법칙', '상상공작소-매직월드', '2016 신소장품전', '소장품 기획전'이라는 4개의 전시다. 올해 3차례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 미술관의 첫 기획전이다. 자연 재료를 기본으로 하는 야외미술을 실내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어린이 체험 전시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는 이번 전시를 살펴봤다.

경남도립미술관 입구 잔디밭에 설치된 코끼리 무리가 '회귀'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이번 전시를 알린다. 문병탁 작가가 폐나무를 이용해 만든 코끼리 8마리다. 시골 방앗간에도 전시한 적이 있는 이 크고 작은 코끼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오쿠보 에이지 작가의 '숲의 대화]./우귀화 기자

주변 나무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이 작품을 지나서 미술관 입구로 들어오면 비로소 'DNA, 공존의 법칙'이라는 전시와 마주한다.

이 전시는 수많은 미술 장르가 펼쳐지는 이 시대에 가장 원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 돌 등의 재료로 야외에 주로 설치됐던 미술 작품을 '화이트 큐브'인 전시실 속에서 새롭게 구현하고자 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자연물 작품이 아니라, 전시실이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자연물을 재료로 한 작품이 섰다.

문병탁 작가의 '회귀'./우귀화 기자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지만, 야생성을 지닌 자연재료가 전시 공간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절충도 자연스레 발생한다.

1전시실부터 목탄으로 쓴 손 글씨의 전시장 벽면 작가와 작품 설명을 보면서 자연물을 이용한 설치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쿠보 에이지 작가가 나뭇가지로 만든 거대한 '숲의 대화' 작품은 관람객들이 작품 속에 들어가 소통할 수 있게 제작됐다.

바로 옆 박봉기 작가의 나무 조각 작품은 천장에 매달린 채 구름처럼 물처럼 흐르고자 하는 나무의 바람을 담았다. 나무의 결을 깎아서 부드러운 선으로 나타냈다. 조명 때문에 전시실을 가득 채우는 나무 그림자는 작품의 또 다른 한 부분이다. 지난달 9일 작품 아래에서 작품, 공간, 관람객이 융화될 수 있는 비올라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달과 내달에도 전시실에서 판소리, 국악 등의 연주가 계획됐다.

'상상공작소-매직 월드' 체험 전시 작품./우귀화 기자

전시실 밖 로비와 복도에는 이카와 세이료 작가의 끈 작품이 시선을 끈다. 흰색 천으로 된 줄(로프)에 알록달록한 아크릴 물감을 칠해서 관람객들이 오가는 곳에 설치했다.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통로에 늘어뜨려진 줄은 발목까지 오는 높이에서는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3전시실에 들어서면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참나무, 소나무, 박달나무 등을 이용한 나무 작품에서 전해지는 나무 냄새다. 최옥영 작가는 강원도에서 가져온 나무토막 30t으로 생명, 우주를 의미하는 거대한 나무별을 구성했다. 거친 나뭇결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준다. 전시실 천장 4.1m 높이까지 닿는 나무 작품은 웅장해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실내라는 음의 공간에 박달나무 등의 양의 재료를 써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전시실에서는 문병탁 작가와 오쿠보 에이지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한 번 접할 수 있다.

문병탁 작가는 '더듬이가 난 남자'와 '나는 물 속 아홉 용의 부활을 꿈꾼다'라는 독특한 작품을 설치했다. '나는 물속 아홉 용의 부활을 꿈꾼다'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작품 일부다. 수몰된 대청호에 얽힌 전설을 토대로 한 아홉 마리 용 작품은 전 세계에 9개가 있다.

박봉기 작가의 작품 아래서 강혜지 비올리스트가 연주하는 모습./우귀화 기자

3층 4전시실 '상상공작소-매직 월드'에 이르면 아이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다. 시간제한을 둘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는 세계, 거울, 강화유리, 조명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은 아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이들이 직접 요술램프 속에 천을 넣어보거나, 유리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등 만지고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

상상공작소 입구 로비홀에도 김주영, 조은하 작가 등의 귀여운 이미지의 그림이 따스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5전시실은 소장품으로 꾸민 2개의 전시가 준비됐다. '2016 신소장품전', '소장품 기획전'이다. 작년에 수집한 작품 16점과 병풍 작품 12점을 나눠서 전시했다.

지난해 경남도립미술관은 2004년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열린 3차 전시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 'N 아티스트 2016-새로운 담지자' 전시에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 작년 관람 인원은 총 14만 6577명.

올해 첫 전시도 관람객 수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한 달(2월 9∼26일) 전시 관람 인원이 1만 28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가량 많은 수치다. 난해하지 않은 내용, 사진 촬영을 가능하게 해 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홍보 등이 그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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