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이장직 맡으며
생활불편 사항 인터넷 활용 행정처리 척척
노후 수도관 교체 등 성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동산마을은 시원하게 뚫린 2호선 국도를 달리다가 마을 이정표를 보고 구 국도로 들어서면 곧바로 만날 수 있다. '양촌 온천단지' 들머리에서 산을 향해 뻗어 있는 농어촌 도로로 오르면 아담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동산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을회관으로 들어서자 김영근(70) 이장이 앉아 있었다. 이곳은 '방송국'이자 집무실이었다. 김 이장은 이곳에서 각종 공지 사항을 알리는 마을 방송을 하는가 하면, 인터넷으로 필요한 자료를 찾고 민원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

도심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봄의 향연이 막 시작되는 호젓한 마을이긴 하지만, 이곳 역시 여느 농촌 마을이 다 그렇듯 젊은 사람이 드물고 농사 역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동산마을은 63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전에는 우리 마을에서 한 500두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200두 정도밖에 안 돼. 소 키우는 농가도 15군데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3 농가만 남았어. 뭐든지 대규모로 하는 세상에 조금씩 농사지어서 남는 게 있나. 다들 나이도 들고 농사짓기도 힘들고 그렇지."

인터넷을 적극 이용해 민원을 해결하는 김영근 이장.

그렇다고 해서 마을 일에 소홀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런저런 잔손 가는 일이 많고 각종 행정 기관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일이 많다.

김 이장은 인터넷을 적극 이용해 이장 업무를 보고 있었다. 창원시청 민원 게시판에 바로 올려 답변을 받고 실제 개선되는 일이 많았다. '곡안들'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이 낮아서 동네 주민들이 애를 태울 때는 농어촌공사 홈페이지에 이 문제를 개진해 공사가 이루어졌다. 예전에 벼 수매 공간으로 사용하던 창고를 리모델링해 복지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탓에 고지대 주민들은 항상 물이 부족했다.

그러던 것을 수도 계량기를 설치하면서 물도 아끼면서 마을 전체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고루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항상 적자이던 마을 수도 요금 문제도 해결됐다. 이 여세를 몰아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는 사업까지 마무리했다.

1992년부터 중간 중간 이장직을 맡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20여 년 동안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이곳 동산마을에 김 이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마산시장, 농식품부장관, 대한적십자사 등으로부터 받은 표창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기도 했다.

도심지 주변 농촌 마을의 문제 중 하나는 전원생활을 위해 마을에 새롭게 들어오는 귀농인과 원주민 간 갈등이다. 하지만 동산마을의 단합력과 '양반마을' 같은 조용조용함은 주변 마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김 이장은 동산마을에서 나고 자랐고 이곳에서 삶터를 일궈 왔다.

"조상의 혼이 여기 있는 것이고, 조상을 모시면서, 또 변해가는 세상에 맞게 주민들 의견 모아서 마을을 잘 가꿔 가는 게 제가 해야 할 일 아니겠소."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자상한 미소를 지닌 김 이장의 다짐이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