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을 비롯한 전국 초고압 송전탑 피해 주민들이 국회로 하여금 실태조사와 함께 송·변전 시설 주변지역 보상과 지원 법률의 개정을 요구키로 해 주목된다. 주민들이 원하는 실태조사란 송전탑 우산 아래에 있는 가축이나 영농피해에 따른 간접적인 것을 말하지만 그보다는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어떠한가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삼척이나 당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소나 돼지의 불임과 난산이 보고되고 있는가 하면 사람에게는 암 발생 등 전자파에 의한 피해 징후가 염려되고 있기도 하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이행되는 밀양 송전탑 분규도 건강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그게 해결되지 않았으니 주민들로서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

국회가 중간에 중재에 나섰다가 대안으로 내놓은 지원 법률은 제정 초기부터 찬반여론이 비등해 사태의 심각성을 재확산시킨 바 있다. 골자는 사업시행자, 즉 한전이 떨어진 땅값을 보상해주는 한편 거리 규정을 두어 보상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매입도 해주고 필요하다면 주민지원 사업을 펴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을 너무 인색하게 함으로써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샀다. 보상 범위에서 탈락한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일어난 경우를 두고 보더라도 법의 맹점이 크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만큼 법제정 당시 수천 명의 해당 주민들이 왜 반대하고 나섰는지 이해될만하다.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가 국회에 청원을 내면서 법 개정을 요구키로 한 것도 필연적이라 할만하다. 미봉책으로 순간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근본 해결책을 세워줄 것을 바라는 것이다.

밀양의 초고압 송전탑은 지역 문제를 떠나 나라 전체의 전력정책에 본질적인 화두를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해 지역 주민들은 전선을 땅밑으로 묻어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전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말썽을 줄이고자 만든 관련법은 공감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주민청원이 들어가면 국회는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주민들 편에 서서 지상 초고압 송전탑의 허실을 규명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전력정책이 일대 혁신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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