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송전로 경과지 주민 국회서 실태조사 청원
"한전 12조 영업이익…수년간 재산·건강 피해 외면"

건강과 재산 피해를 안고 살아가는 전국 초고압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이 국회에 실태조사 청원과 함께 제대로 된 보상을 위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765㎸와 345㎸ 송전선로 1㎞ 이내 경과지에 사는 밀양, 충남 당진, 강원 횡성, 전북 군산, 경북 청도지역 주민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고압 송전선로 주민 재산 및 건강 피해 실태조사' 청원서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냈다. 이날 주민들은 회견장에서 송전탑 때문에 겪는 고통을 호소했다.

김준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과 지원법률(이하 송주법)'은 제정 당시부터 밀양 송전탑 갈등을 '보상책'으로 넘어서기 위한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재산·건강상의 여러 피해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사에 기반하지 않았다"며 피해실태조사와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2일 국회에서 경남 밀양, 충남 당진, 강원 횡성, 전북 군산, 경북 청도지역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초고압 송전선로 주민 재산 및 건강 피해 실태조사' 청원서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냈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이어 "법 제정 유일한 근거였던 2011년 토지공법학회 용역조사의 보수적인 결론보다 대폭 후퇴한 보상범위 획정으로 주민 생존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한국전력은 초고압 송전선로로 주민 생존권을 빼앗은 대가로 2016년 12조 원, 2015년 11조 3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송주법에는 전자파 등 건강상 피해에 대한 보상 근거도 없다. 청원서에 밀양 평밭마을 한 주민은 송전선로 경관 공해와 소음 피해에 대해 "밤에 뻘건 불빛이 앞으로 뒤로, 가슴이 벌떡벌떡, 비 오고 태풍 부는 날에는 지옥 같아서 죽고 싶다"고 진술했다.

경과지 주민들은 간접보상에 따른 '마을공동체 분란' 등 폐해도 고발했다.

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피해 정도와 범위가 고려되지 않는 일률적 지원으로 정서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한 마을에서도 배제되는 주민이 생김으로써 공동체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장전입, 동일지번 2~3가구 수령 등 각종 편법과 마을 유력자들의 마을 기금 독점적 운용 등으로 많은 분쟁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에 송·변전시설 피해·실태조사와 함께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촉구했다. 특히 핵·화력발전소 확대정책을 고수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녹색당은 "충분한 전력예비율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했으며, 설계수명이 지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강행했다"며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석탄·석유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은 동서발전 당진화력 9·10호기, 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1호기 등 대규모 석탄발전소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청원에는 경과지 주민 2024명이 동참했다. 국회 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김경수(김해 을)·박정·홍익표·박재호·어기구(충남 당진)·김병관·송기헌·권칠승·이훈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전북 군산) 의원 등 모두 11명이 소개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우원식·김경수·어기구 의원 등은 회견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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