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에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스피치(Speech). 사전적 의미로는 '많은 청중 앞에서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말로 전달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한 형식'을 뜻한다. 한땐 '겸손한 사람이 훌륭한 인재'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자기 PR' 시대다. 면접·취업·사업 등 모든 분야에서 스스로를 표현하고 나타낼 줄 알아야 한다. 스피치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들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때마침 창원에도 스피치 전문학원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재 'SM스피치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민 원장(37)은 유명 스피치 강사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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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민 SM스피치아카데미 원장. / 박성훈 기자

스피치 강사가 되기 위한 '밑거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SM스피치아카데미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이수민 원장이 기자를 반겼다. 첫 질문으로 이 원장의 어린 시절을 물었다.

"'엄마 치마폭에 숨는다'고 하죠. 어렸을 땐 먼저 나서고 그런 성격이 아니었어요. 부끄럼도 많았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출마한 부반장 선거에서 덜컥 당선됐습니다. 그때부터 제 안에 숨어있던 끼가 분출되기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부터 완전히 변했죠."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럽게 방송이나 아나운서를 꿈꿨고 다양한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케이블TV에서 아나운서를 했었어요. 그러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주임 아나운서를 역임하게 됐고 이어서 인재개발원 사내강사가 되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들이 결국 '스피치 강사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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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민 SM스피치아카데미 원장. / 박성훈 기자

이 원장은 1979년 경기도 출생이다. 경기도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창원까지 어떻게 오게 됐을까?

"제가 2009년 초에 결혼했는데요. 당시 남편은 연구원으로 창원에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 남편은 창원에서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큰 아이를 임신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2010년 7월에 창원으로 내려와 완전히 터를 잡았죠."

몇 년 전만 해도 '스피치 강사'라는 직업은 생소했다. 과거 누군가를 평가할 때 학벌, 자격증, 어학 점수 같이 서류에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최고로 꼽았지만 현재는 지원자의 인성 및 스피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 이 원장은 스피치란 분야에 어떻게 먼저 눈을 뜨게 됐을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드물었죠. 결혼 전 남편이 '창원에는 공단, 관공서가 정말 많다. 미리 스피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나중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신랑이 해안을 떠줬다고 볼 수 있죠. 지금처럼 학원을 하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훗날 프리랜서로 일 할 때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취득했죠."

이 원장의 말처럼 창원으로 터를 옮기고 1년 동안은 스피치가 아닌 '영어' 위주로 창원대학교 및 각종 기업으로 강의를 나갔다. 그러다 한 지인의 소개가 시작점이 됐다.

"제가 SM스피치아카데미를 2011년 10월에 오픈했으니까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에는 학교, 기업, 문화센터 위주로 강의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스펙보다 스피치가 중요한 시대로 변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스피치 학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그러나 임대료, 월세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민하고 있는데 당시 친하게 지내던 음악학원 원장님께서 '옆 사무실이 비었는데, 조건이 너무 좋다'며 추천을 해줬어요.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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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에서 진행하는 행사 사회를 맡은 이수민 원장.

말을 잘한다 - 스피치를 잘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인들 앞에선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지만 공식적인 장소나 불특정 다수 앞에서는 얼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말을 잘한다'와 '스피치를 잘한다'는 표현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학부모 모임을 가서 보면 대부분의 어머님은 정말 말을 잘하세요. 그런데 공식적인 자리나 연단에 서서 말씀을 해보시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세요. 이처럼 스피치는 '말을 잘한다'는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르는 사람 앞에서도 당당하게 연설이나 강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SM스피치아카데미에는 직장인 스피치, 대입면접 스피치, 취업면접 스피치, 승무원 양성과정 등 12가지 교육과정이 있다. 현재 다양한 연령층에서 스피치를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문의가 오는 두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우선 직장인 스피치가 있습니다. 창원에는 관공서가 많잖아요. 5급 사무관 승진 시험에 요즘은 '5분 스피치'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저리에 있는 50대분들이 학원을 가장 많이 방문하죠. 정년까지는 해야 자식들 공부를 시킬 수 있으니까요. 존경스럽지만 한편으론 이런 현실이 짠하기도 해요.

두 번째로 많은 문의가 오는 과정은 대입면접 스피치입니다. 초·중학생은 토론 위주로 강의를 진행합니다. 고등학생은 대학교 면접 준비를 하고요. 사실 직장인보다 학생들이 더 문제죠. '주입식 교육'이 계속되면 절대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어요. 저는 일부로 신문을 구독합니다. '내일까지 외워와'가 아니라 '이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발표해봐. 아니면 있는 그대로 읽기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죠. 교재도 시의성에 맞게 직접 만들어요.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들을 입으로 뱉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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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하고 있는 이수민 원장.

앞서 말했듯이 사회생활에 있어 스피치는 필수가 됐다. 피나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없을까 조심스레 물었다.

"기술적인 부분을 말씀드리면 복식호흡과 발성법이 중요합니다. 힘을 싣고 정확한 호흡과 발성을 통해서 설득력 있는 목소리가 나오죠. 또 개인 노트를 만들어서 사자성어, 명언 등을 기록하고 숙지해야 합니다. 이런 훈련을 거쳐야 다양한 장소에서 긴장하지 않고 연설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죠.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는 수강생들에게는 'JTBC에서 방영하는 썰전이라도 보라'고 합니다. 썰전은 한 주간의 뉴스를 패널들이 토론 형식으로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냥 시청하기만 해도 기본적인 공부가 되죠. 또 본인이 유머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착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친 이 원장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한 8개월 정도 학원을 다녔던 학생이 있어요. 이 학생은 대학이나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군대를 가기 위해서였죠. 처음엔 몰랐는데 해군, 공군, 의경에 가기 위해선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병무청 면접'을 준비했고 원하는 곳에 합격했어요. 그 학생이 '원장님 덕분입니다'고 말하는 데 정말 뭉클하더라고요.

또 한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님 손에 억지로 이끌려 왔죠. 스피치는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어머님께 '본인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정말 절박하셨는지 그래도 등록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지도했죠. 180도 변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젠 발표도 하고 본인 생각도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이처럼 계속해서 스피치의 중요성은 대두될 것이고 전문 강사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스피치 강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국가자격증은 없고 민간자격증으로 취득할 수 있죠. 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정확한 커리큘럼을 따르는 게 좋아요. 자기소개기법·취업면접 스피치기법·취업캠프 상담기법·강의교안 작성법 등 한 명의 '완전체 강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수료해야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는 사람을 좋아해야 합니다.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거든요. 본인이 아무리 말을 잘하고, 설득력이 있어도 사람을 싫어하면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인터뷰가 거의 끝날 무렵 이 원장에게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을 물었다. 당연히 '스피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답변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목표나 꿈이요? 제가 일주일 내내 업무를 하니까요.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요. 1년, 2년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2017년에는 옛날부터 생각했던 '책 출판'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책 목차는 다 완성했습니다. 여러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 날까지 더 열심히 뛰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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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민 원장.

인터뷰 당일에도 외부 출강이 있었다. 빡빡한 일정에도 시간을 내준 이수민 원장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스피치는 기본적으로 목적성을 강하게 띄죠. 취업·승진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이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많이들 수강합니다. 이처럼 저 스스로도 사명감이 막중하죠. 저는 모두가 유재석이 될 수 있다는 감언이설보단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말'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수강생들의 정확한 요구를 파악하고 변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스피치 강사로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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