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 주인공 드라마
아줌마 분투기의 흔한 인물공식 깰까
처한 여건·주변관계 유사
신선함 전달할 역할 주목

세상이 변하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음에도 TV 속 '제때' 시집가지 못한 비혼 여성을 다루는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혼은 절체절명의 과업처럼 어깨를 짓누르고, 파혼의 아픔은 동네 주민들의 뒷담화 거리가 되는 것도 모자라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조롱거리가 된다.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시선은 때론 폭력적이고 때론 만만하다.

세상의 편견 속에 온전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내는 과정이 어떤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가 흥행의 주 요인이다.

그렇다면 엄마와 아내로 살아가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에는 어떤 공식이 있을까?

지난해 방영된 tvN <굿와이프>를 떠올려 보자.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두었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그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남편의 불륜과 무턱대고 남편을 두둔하는 시어머니, 그리고 일의 조력자였던 동료가 사랑으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

여기 또 다른 엄마이자 아내의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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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있다'는 이름과는 정반대로 '아직은' 지질이 복 없는 주부 심재복(고소영)의 고군분투를 그릴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밤 10시).

업무 시간 외에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느라 점심때마저 여유롭지 못하고, 친구에게 보증을 서준 남편 구정희(윤상현) 때문에 돈에 쪼들리느라 자신을 위한 투자도 거의 할 수 없는 평범한 주부의 삶이 흔들린다.

파리 목숨처럼 간당간당하던 로펌 수습 기간이 끝나던 날, 정규직 채용의 꿈은 날아갔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모습을 내연녀 집 옷장 속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지켜봤다.

고소영 10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더욱 화제를 모은 <완벽한 아내>는 '불행은 손을 잡고 온다'는 재복 친구 말처럼 복 대신 재앙이 2회 동안 몰아쳤다.

여기에 타고난 깐족으로 재복의 화를 돋우는 변호사 강봉구(성준)와 알 수 없는 표정의 이은희(조여정)가 그녀 주위를 맴돈다.

첫회부터 많은 내용을 나열하며 판을 크게 벌였지만 시시때때로 느껴지는 기시감(이미 본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평범한 주부가 정체성을 찾기 위한 전제조건처럼 그녀의 일상은 바닥을 친다. 직장에선 잘리고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시어머니는 아들 편만 들며 속을 뒤집는다.

얼굴만 마주치면 아옹다옹하지만 강봉구가 그녀의 변화하는 삶에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 역시 짐작 가능하다.

색다를 것 없는 <완벽한 아내>에서 흥행의 키는 환한 미소 속에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은희라는 여성을 통해 전개될 미스터리가 될 듯하다.

드라마 속 기혼 여성의 자아 찾기는 왜 일상을 최악으로 몰고 가서야 시작되는지 여전히 물음표지만 이제 막 시작된 재복의 여정이 공감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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