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 바닷모래 채취 연장을 결정했다. 건설업과 어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해수부는 사실상 건설업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어업 종사자와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정부가 국책사업이었던 부산신항 건설을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했다. 이후 건설업계의 요구로 바닷모래는 민간 사용으로 확대해 왔고, 채취 기간 역시 계속 연장되면서 어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물론 해수부는 이번 결정에서 애초 국토부가 요청한 채취 물량의 절반 정도만 허가하면서 채취기간 역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도로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업계의 반발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통영에서 마산까지 이르는 면적의 바다에서 지속적으로 골재채취를 하는 한 해양생태계의 교란과 변화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어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어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로 수자원의 산란과 번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어획량이 감소한 경험을 했던 어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생존의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어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주어야 할 해수부가 오히려 건설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꼴로 사업이 진행되는 행태에 대해 더욱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어업계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정부에 대한 배신감만 가득할 수밖에 없다. 4대 강 사업으로 골재채취사업의 기반을 스스로 훼손한 정부가 건설업계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바닷모래 채취사업은 그 영향이 어업에 직접 미칠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론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와 연근해 어업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현재 연근해 수산업계는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조업중단을 해야 할 위기에 놓인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어업계 주장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앞세운 일방적인 주장이 결코 아니다. 즉 바닷모래 채취로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어업계 주장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어류가 움직이는 길목이나 통로의 인위적 변화는 어업의 장기적 기반마저 무너뜨리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수부는 이번 결정을 되돌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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