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엄벌 촉구 집회 열어 "이혼·조직원 협박해" 증언

2월 28일 오전 9시 창원지방검찰청 건너편 인도에서 농아인을 상대로 수백억대 투자사기 행각을 벌인 '행복팀' 엄벌 촉구 집회가 열렸다. '투자사기 행복팀' 피해자 및 피해자가족과 전국 농아인 150여 명이 모였다. 행복팀에서 유포하고 있는 "2월 28일이면 행복팀 조직원이 모두 풀려난다"는 소문이 거짓임을 보여주고자 마련한 집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손팻말과 쥔 주먹을 힘껏 치켜들며 행복팀 엄벌을 촉구했다. 곳곳에서 수화통역사들이 참가자들이 하는 손짓을 취재진 등에게 풀어서 전달했다.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자들을 돕는 청각장애인 박영진 씨는 "여러분의 정보와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행복팀에 분노하고 관련한 내용을 널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창원지검 맞은편에서 농아인 투자사기단 '행복팀' 사기 피해자가 피의자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ㄱ(24) 씨와 ㄴ(28) 씨는 행복팀 탓에 지난 2015년 3월께 이혼했다고 했다. 둘 다 농아인인 이들 부부는 지난 2014년 2월 결혼했으며, 남편 ㄱ 씨가 같은 해 8월 행복팀에 가입하면서 가정이 풍비박산났다고 했다. 현재 ㄱ 씨는 창원에, ㄴ 씨는 양산에 각각 떨어져서 산다고 했다.

ㄱ 씨는 말했다.

"행복팀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계속 불어서 경제적으로 너무 쪼들렸다.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정신이 어떻게 됐는지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할뻔했다. 살인미수로 교도소에도 다녀왔다. 다행히 아내가 선처해달라고 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감옥에 가니까 쓸모가 없어졌는지 행복팀에서 쫓겨났다."

ㄴ 씨의 증언은 더 충격적이었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남편과 이혼하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남편이 신용불량자로 몰릴 처지였기 때문에 이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혼 이후 투자금은 돌려받긴 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다. 제주도로 떠나라는 것과 행복팀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는 거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지난해 9월께 페이스북에서 피해자들과 금융사기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페이스북에 가면을 쓴 행복팀 조직원이 수차례 협박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들이 행복팀 회원이지만, 여전히 피해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한 60대도 애끓는 마음을 털어놨다.

"1억 정도 빌려서 투자한 것 같은데, 이자만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내고 있다. 9년, 10년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어제(27일)도 행복팀 모임에 다녀왔다. '경찰들 말 믿지 마라. 오직 행복팀만 믿어라'고 했다더라. 팀장과 조직원 등이 물고 물리는 식으로 엮어 있어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마 행복팀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팀장들이 잡혀갔다고 하니까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1일 현재 행복팀 관련 피해 신고자는 99명이며, 지난 2월 9일 언론 브리핑 이후 11명이 추가 신고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최근 피해자들과 일부 행복팀 팀장들 심경변화가 있고, 경찰서에 와서 상담도 했다. 추가 수사를 통해 행복팀을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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