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공보관실 시민 기고글 수십 개 언론사에 뿌려
기고글 입수 경위 묻자 '모르쇠'

평범한 시민이 동시에 9개 언론사에 같은 내용의 기고글을 실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27일 일어났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20분부터 밤 11시 53분까지 불과 12시간 남짓한 사이에 9개 언론사에 한 기고글이 실렸다. 제목은 모두 ‘이러려고 시의원 하셨나요?’로 같았으며, 내용은 진주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교통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고한 사람은 ‘진주시 하대동 강연옥’이라고만 돼 있었다. 이 글을 게시한 언론사는 쿠키뉴스, 진주인터넷뉴스, 아침신문, 경남연합일보, 국제뉴스, 아시아뉴스통신, 시사우리신문, 경남열린뉴스, 일요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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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 daum 뉴스 검색에 뜬 똑같은 기고글.

하지만 이들 언론사 가운데 쿠키뉴스는 홈페이지에 기사제보나 기고메뉴가 없을뿐더러, 공용 이메일과 대표 연락처조차 없어 사실상 일반인이 글을 기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시아뉴스통신도 제휴/광고문의 기능만 있을 뿐 기사제보를 받을 온라인 상 창구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강연옥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이들 언론사에 자신의 글을 보냈을까?

글이 실린 한 언론사 기자는 “진주시청 공보관실에서 일제히 기자들에게 메일로 기고글을 뿌렸다”고 밝혔다. 글이 실리지 않은 언론사 기자도 “공보관실에서 기고글이 메일로 왔다. 신경쓰지 않고 넘어간 곳도 있고, 그냥 올려준 곳도 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공보관실에서 공용메일로 수십 개 언론사에게 동시에 기고글을 메일로 보냈고, 이 가운데 9개 언론사가 글을 올려 12시간 남짓한 사이에 9개 언론사에 똑같은 글이 실릴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진주시 공보관실에서는 어떻게 이 글을 받게 됐을까?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공보관실 관계자는 “시민에게 요청이 오면 그럴 때가 있다”고 했으며 구체적인 경위를 묻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재차 공보관실에 전화를 걸자 공보관실 김준환, 최우경 주무관이 전화를 받았지만 “지금 공보과장과 공보계장이 퇴근한 상태라 기고글을 받은 경위를 알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진주시는 작년 말 진주시의회와의 갈등으로 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크게 반발했으며, 각 언론사에 진주시의회를 비판하는 기고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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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글을 진주시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강연옥 씨./온라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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